올 상반기 중국과 미국 등 해외 주요시장에서 승용차 판매가 5.6% 감소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세계 시장의 저성장국면 장기화에 대비해 선제적 구조조정에 나섰다.
8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발표한 ‘해외 주요 자동차 시장 및 정책 동향(2019년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해외 주요 7개 시장의 승용차 판매는 글로벌 경기둔화, 미·중 무역분쟁 여파 등에 따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6% 감소한 3117만대를 기록했다.
브라질을 제외한 모든 시장에서 판매가 줄었다. 특히 최대 신흥시장인 중국과 인도는 각각 11.0%, 10.3%의 두 자릿수의 감소율을 나타냈으며, 선진시장인 미국(1.9%↓) EU(3.1%↓)에서도 판매가 감소했다. 반면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는 브라질 시장에서는 소비자 구매력 증대로 유일하게 11.3% 판매 증가세가 나타났다.
브랜드 국적별로는 미국계와 유럽계가 각각 6.0%, 4.1% 감소하며 높은 감소폭을 나타냈다. 한국계와 일본계는 각각 3.1%, 1.5% 감소,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유럽계 브랜드는 브라질 시장에서 15.7% 큰 폭으로 증가하고 일부시장에서는 소폭 감소하는 등 선방했지만 중국(10.0%↓)과 인도(15.8%↓)에서 두 자릿수로 급감하며 전체적으로는 4.1% 감소했다.
일본계는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시장에서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반사이익 등으로 유일하게 9.2% 큰 폭의 증가를 나타냈다. 전체적으로는 1.5%로 가장 낮은 감소폭을 보였다.
미국계는 제네럴모터스(GM)의 선제적 구조조정과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중국시장 판매 감소 등으로 중국(23.5%↓), EU(7.6%↓), 인도(24.8%↓) 등에서 크게 감소하며 전체적으로 6.0% 감소했다.
중국계는 판매감소가 1년여간 지속되면서 중국업체들은 중국시장 수요감소율(11.0%↓)를 훨씬 웃도는 16.9% 의 감소세를 나타냈다.
한국계 브랜드는 중국시장을 제외하고 미국(3.1%↑)·브라질(8.2%↑)·러시아(0.9%↑) 등에서 증가하는 등 상대적으로 선전했다. 하지만 중국시장에서의 부진(14.7%↓)으로 전체적으로 3.1% 감소세를 보였다.
미국에서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차 출시 전략이 주효하면서 한국계만 유일하게 증가했다. EU시장에서는 소형 SUV 등의 판매호조로 0.6% 소폭 감소한 전년 수준의 양호한 실적을 나타냈다. 인도에서는 소형 SUV ‘베뉴’ 신차효과로 경쟁사 대비 가장 낮은 5.6% 감소세를 보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우리 업계는 여러 악재속에서도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감소폭을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선전했다”며 “SUV 신차확대, 환율안정, 판촉강화 등으로 영업실적이 개선되는 등 회복세로 전환된 것은 경쟁력 회복에 긍정적인 신호지만, 선진업체 대비 판매 규모, 연구개발(R&D) 투자액, 출시 모델수 등에서 아직까지는 열세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세계 자동차 시장이 전망치를 훨씬 밑도는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전동화·자율주행·공유경제 확대 등에 대응하기 위해 속속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과잉설비와 인력을 줄이고, 이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R&D에 집중 투자하는 상황이다.
각국 정부들도 자국의 자동차산업 발전과 보호를 위한 중장기 전략들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 의회는 전기차 세금 감면 물량 40만대 추가 법안을 발의했고, 미국 환경청 역시 승용차 연비 규제 기준 동결안 수정 방침을 공개했다. 인도는 2021~2022 회계연도에 전기차에 14억40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프랑스와 독일은 배터리 공장에 50~60억 유로를 투자키로 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정만기 회장은 “최근 우리 업계는 중국시장 실적 악화, 미-중 무역마찰에 더하여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와 하반기 임단협을 둘러싼 노사 갈등 등 대내외 리스크 요인 증가와 불투명성 확대에 직면하고 있다”며 “위기극복을 위한 노사협력, R&D 투자 확대 등 기업측면의 노력을 정부가 핵심 소재·부품 국산화 개발, 화평·화관법 등 환경, 안전, 노동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적극 지원해 주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