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되는 경제 갈등으로 한국과 일본이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한 아슬아슬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완성차 업체 노동조합의 파업 가능성이 더해지며 업계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는 오는 20일까지 사측과 집중교섭에 들어간 뒤, 별다른 진전이 없을 경우 중앙쟁의대책위원회 2차 회의에서 파업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현대차 노조는 당초 여름휴가가 끝나는 지난 12일 이후 파업 수순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현재 한·일 경제전쟁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파업을 결정할 경우 쏟아질 비난 여론을 감안해 교섭 기간을 오는 20일까지로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노조는 노보를 통해 “ 휴가 이후 본격적인 쟁의행위 돌입 시기가 하필이면 한·일 경제전쟁의 핵심인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 한국 제외 기간과 맞물려 많은 고민과 토론을 했다”며 “일본의 수출 규제 경제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지만 이를 악용해 노동자의 합법적이고 정당한 투쟁을 제한하거나 왜곡하는 것은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측이 노조의 진정성을 무시하고 예전의 구태의연한 교섭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교섭을 진행한다면 노조는 국민적 우려와 불신의 시선을 감내하고서라도 당당히 갈 길을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20일까지 집중교섭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밝힌 노조는 오는 19일부터는 공휴일과 주말 특근을 거부하기로 했다. 비생산을 포함한 모든 특근(평일 철야 포함)을 거부한다는 방침으로, 사측과의 교섭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사에서 ▲기본급 12만3526원(5.8%·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성과급 당기순이익의 30% 지급 ▲상여금 통상 임금 적용 등을 요구했으며, ▲해고자 원직 복직과 ▲고소·고발 및 손해배상·가압류 철회 ▲이사회에 노조 추천 노동이사 1명 선임 등의 내용도 함께 담았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5월30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16차례에 걸친 교섭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달 19일 사측이 노조의 일괄제시 요구를 거부하자 노조는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는 지난 14일 인천 부평구에 있는 한국지엠 본사에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파업 수순에 돌입했다. 한국지엠 노조는 조합원 80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74.9%의 찬성을 이끌어내며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임한택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장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시기적 상황들이 만만하지는 않다”면서도 “사측이 바라는 것이 투쟁이라면 반드시 이번 파업 투쟁으로 결과물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지부장은 “조합원들이 지난해 뼈를 깎는 고통을 나누면서 회사의 수익성 개선 토대를 마련했는데 사측은 판매 시장을 반토막 냈다”며 “본인들의 경영 실패로 조합원들의 고통 분담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밝혔다.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13일 사측과 ‘8차 단체교섭’을 진행했지만 노사 사이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는 못했다.
노조는 기본급 5.65% 정액 인상, 통상임금 250%의 성과급 등을 요구안에 포함시켰지만 사측은 “아직 경영 정상화가 되지 않았고 회사 사정상 해당 내용들을 모두 들어줄 수 없다”며 이를 거부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