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폐배터리 처리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시장 진출을 위해 본격적인 준비태세에 돌입한다.
현대차그룹은 자체 개발한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에너지저장장치(ESS, Energy Storage System)를 활용한 실증사업을 시작하고 동시에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분산발전 사업모델 발굴을 시작한다고 9일 밝혔다. ESS 실증사업은 북미 지역 상업용 태양광발전소와 연계해 이뤄진다.
이번 사업 추진을 위한 파트너업체는 OCI(오씨아이)다. OCI는 지난 2012년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에서 대규모 태양광발전소 프로젝트를 수주한 에너지 솔루션 업체다. 한국과 미국, 중국 등 주요 국가에서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고 있어 파트너사로 우수한 조건을 갖췄다는 게 현대차그룹 측 설명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협력을 통해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것은 물론 전기차 개발부터 폐배터리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친환경 자원 선순환 구조’를 갖춘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그룹과 OCI는 9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에서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실증 및 분산발전 사업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업무협약에 따라 현대차그룹과 OCI는 전기차 폐배터리를 재활용한 에너지저장장치와 태양광발전을 연계한 사업모델을 발굴하고 이를 분산형 발전사업으로 확장하기 위해 포괄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현대차그룹은 자체 개발한 ESS를 국내 공주시와 미국 텍사스주 소재 OCI 태양광발전소에 설치해 실증분석과 사업성 검증에 들어간다.
아울러 현대차그룹과 OCI는 북미지역과 국내 전력정책에 최적화된 분산발전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발전 사업자와 전력 유틸리티 사업자 등 각 지역 관련 사업자간 네트워크를 구축해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마련을 추진한다.
OCI 태양광발전 설비
ESS는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전력이 필요할 때 공급하는 장치다. 송·배전과 가정 및 산업용 등 다양하게 활용 가능해 전력 시스템 효율을 높이고 전력 수급 안정화에 기여하는 역할을 한다. 환경 의존도가 높아 지속성이 떨어지고 발전이 일정하지 않은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운영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장치다. 특히 고성능 리튬이온배터리가 주요 전력저장원인 ESS는 성장궤도에 접어든 전기차 시장과 동반성장이 기대되는 차세대 유망산업으로 꼽힌다. 신재생에너지 확산과 더불어 기존 전력 인프라 대체 수단으로 ESS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기차 수요 증가에 따라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ESS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고 현대차그룹 측은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시장상황을 고려해 폐배터리 재활용 에너지저장장치 개발 및 사업화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작년 6월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에너지저장장치 개발 가속화 및 사업성 확보 차원에서 핀란드 소재 세계적인 에너지기업 ‘바르질라(Wärtsilä)’와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현대제철 사업장에 1MWh 규모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에너지저장장치의 구축을 완료하고 실증사업을 전개했다.
올해 6월에는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제주도, 경상북도 등 관계 기관과 함께 폐배터리 재활용에 대한 자원순환체계를 구축하고 연관 산업 육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영조 현대차그룹 전략기술본부장(사장)은 “전기차 폐배터리 처리 문제를 가장 친환경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가 에너지저장장치”라며 “이번 협업을 통해 기술력 증진 뿐 아니라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