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3일 국산 전기차의 새해 첫 수출 현장을 지켜본 자리에서 생산업체 대표에게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였다. 수출 주무부처 장관에게는 ‘10년 뒤 세계 수출 4대 강국 진입’이라는 목표를 상기시키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미래차 강국에 대한 의지를 적극 보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기도 평택·당진항 기아자동차 전용부두에서 열린 새해 첫 친환경차 수출 현장 방문 행사에 참석했다. 3대 신산업(미래차·바이오헬스·시스템반도체) 중 하나인 미래차를 경제 성장의 돌파구로 삼겠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는 2030년 세계 4대 수출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새로운 10년을 시작한다”면서 “친환경차 수출에서 시작된 ‘상생 도약’의 기운이 2020년 새해, 우리 경제에 커다란 활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친환경차 산업을 세계 최고의 산업으로 일구고 우리 차가 더 많이 세계를 누빌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2025년까지 기술개발에 3800억 원 이상 투자해 세계 최고의 친환경차 개발을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해 마이너스에 머물렀던 수출 지표를 올해는 플러스로 전환하는 데 전기차 수출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 전기차 시장이 매년 50-70%의 급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어 수출지표 개선을 이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 대통령이 “올해 세계 경제와 무역 여건은 작년보다 좋아질 것이다. 지난해 12월에 그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면서 “정부는 수출지표를 플러스로 전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혁신 성장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밝힌 것도 전기차를 포함한 미래차에 대한 수출 기대감이 깔려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전기차의 수출 과정에 필요한 주요 시설들을 모두 둘러봤다. 평택·당진항, 자동차 운반선 ‘글로비스썬라이즈호’, 평택항 마린센터 등 항만과 선박, 관제센터 등을 두루 살폈다. 관계자들로부터 평택·당진항이 자동차 물동량이 가장 많은 특별한 배경, 자동차 운반선의 항해 기간, 선박 운항 안전관리 등을 보고 받았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하역 대기중인 수 백 대의 전기차 니로 앞에서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직접 니로 조수석에 탑승하며 많은 관심을 보였다. 대통령 전용차로 쓰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 ‘넥쏘’ 외에 하이브리드 전기차 ‘니로’에 탑승한 것은 처음이다.
연단 앞에 내린 문 대통령은 박한우 기아자동차 대표이사가 건넨 ‘수출 1호 친환경차’라고 적힌 파란색 깃발을 받아 수출 차량에 직접 꽂았다. 문 대통령은 미소를 지으며 옆에 있던 박 이사를 향해 엄지를 들어보였다.
문 대통령은 2018년 2월 일자리 창출에 모범을 보인 한화큐셀 공장을 방문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게 “업어주고 싶다”고 말하는 등 정부 정책에 부응하는 기업에 적극적으로 만족감을 전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운반선 글로비스 썬라이즈호에서는 최대 선적량, 항해 기간, 선원 복지 등을 살펴 물었다. 갑판에 올라 선박의 규모를 직접 체험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난간으로 시선을 옮겨 선적 대기 중인 차량을 가리키며 “여기가 전부 다 이번에 수출할 차량인가”라고 물으며 만족스러운 듯한 표정으로 “여기(항만)가 활발하게 가동되는 것이 한국 자동차 산업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고 수출 강국으로 가는 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옆에서 수행 중이던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오늘이 새해 자동차 수출 첫날인데, 날씨가 따뜻한 걸 보니 잘 풀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성 장관의 팔을 터치하면서 “특히 작년에 우리의 수출이 줄었기 때문에 금년에 다시 제대로 발동을 걸어줘야만 2030년 세계 수출 4대 강국 도약도 그만큼 실현 가능하다”고 말했다.
수출 주무부처인 산업부의 노력 여하에 수출 강국 목표 달성이 달려있다는 독려 겸 압박성 언급으로 해석됐다.
이에 성 장관은 “지난해엔 어려웠지만 자동차 쪽에서 그래도 조금 해줬었다”며 “올해는 친환경차 중심으로 조금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한우 기아차 대표이사도 “금년은 더 늘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하위그룹들의 생산이 부진하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더 열심히 하겠다”고 했고, 성 장관은 “수출 대수는 조금 적어도 나갈 때 비싼 차로 나간다”면서 고부가가치 창출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썬라이즈호 관계자들과 인사를 나누던 문 대통령은 “기념으로 사진 한 장 찍을까요”라고 제안했다. 최인모 썬라이즈호 선장, 김정훈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을 함께 불렀다.
문 대통령은 썬라이즈호 최 선장에게 문 장관을 가리키며 “학교 때 선생님 아니었는가”라고 물어 좌중을 웃음 짓게 했다. 문 장관이 한국해양대학교 해사수송과학부 교수를 역임했었다는 것을 알고 물어본 것이었다.
이에 최 선장은 웃으면서 “맞습니다. 저희 교수님이었습니다”라고 답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