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사사건건 훼방을 놓던 엘리엇이 보유 지분을 모두 팔고 퇴각한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동력이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3월 말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 지배구조 개편 차원의 그룹사와 대주주간 지분 매입·매각을 통한 순환출자 완전 해소를 추진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놨다.
하지만 엘리엇이 현대차-현대모비스 합병, 지주회사 체제 전환, 8조3000억원 규모의 고배당 등을 요구하고,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등이 엘리엇 요구에 힘을 실으며, 현대차그룹은 위기에 몰렸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분할 합병을 위한 임시 주총을 전격 취소했다. 현대차그룹은 이후 주주권익 강화를 위한 배당 확대, 투자자와의 소통 확대 등을 추진했지만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움직임은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엘리엇이 지분을 매각하고 떠남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증권 임은영 연구원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과정에서 반대 주주를 결집하는 역할을 해온 행동주의 펀드가 사라짐으로써 지배구조 재추진 기대감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2018년 당시의 지배구조 개편안이 그대로 진행될 지는 불투명하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5월 칼라일 그룹 초청 대담에서 이와 관련, “투자자들과 현대차그룹 등 모두가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여러 옵션들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또 “최대한 많은 투자자들의 의견을 경청하고자 한다”며 “수익을 최대화하고 수익을 함께 나눈다는 의미에서 투자자의 목표와 현대차그룹의 목표가 동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영석 현대모비스 기획실장도 지난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0에서 기자들을 만나 “(지배구조 개편은) 그룹 차원에서 논의되는 사안”이라며 “정해진 것은 없지만 무조건 시장친화적인 방향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정몽구·정의선 부자 등 오너 일가→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 등 구조인 기존 방식이 큰 틀에서 재추진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다만 시간이 흐르며 기업가치가 달라진 만큼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합병 비율 등 세부 내용은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시장친화적’ 방향을 언급한 만큼 현대모비스 분할부문을 상장해 공정가치를 평가할 가능성도 있다.
이 외에 현대오토에버를 활용한 지분매입,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기아차가 보유한 모비스 지분 직접 매입 등도 거론된다.
지주사를 설립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금산분리 원칙으로 인해 지주사를 설립하게 되면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등 금융 계열사를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