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서스가 신형 SUV ‘NEW RX’를 출시하면서 동시에 150만원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뉴스1
제네시스 브랜드 첫 번째 스포츠유틸리티차(SUV) GV80이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신차발표회에서 공개되고 있다.2020.1.15/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 News1 이은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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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차 불매운동 여파에도 ‘1만대 클럽’에 든 렉서스가 올해 들어 판매량이 눈에 띄게 급감하자 이례적으로 신차 할인 프로모션에 나섰다.렉서스의 이번 프로모션은 판매감소를 방어하기 위한 자구책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불매운동과 함께 현대차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번째 SUV GV80 출시, 폭스바겐 부활 등 경쟁이 가열되자 위기의식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18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토요타의 고급브랜드 렉서스는 신형 SUV ‘NEW RX’ 출시와 함께 전국 딜러사에게 150만원 할인혜택을 공지했다. 지난해 일본차 브랜드 불매운동에도 렉서스는 새로 출시된 차에는 할인을 제공하지 않았다.
렉서스는 지난해 다른 일본차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홍보나 마케팅 등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출시행사론 지난해 6월 렉서스 뉴 RC 정도가 전부였다. 국내 소비자들의 불매운동에 맞선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국내시장 경쟁 여건이 점점 나빠지자 콧대를 낮추고 신차 할인에 나섰다. 이는 현재 분위기라면 1만대 클럽 달성이 어렵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해석된다.
실제 올해 1월 렉서스 판매량은 전년동기 1533대 대비 66.8% 감소한 509대에 그쳤다.
지난해 7월 일본의 대(對)한국 소재 수출규제 등에 따른 불매운동 속에서도 렉서스는 1만2241대를 판매했다.
다만 이는 불매 운동 직전 판매호조에 따른 결과로 이후 실적은 신통하지 못했다.
렉서스는 지난해 9월 469대의 판매고를 올리며 누계 1만대 판매에 성공한 바 있다.
문제는 같은해 7월 이후 본격화된 일본차 불매 운동 여파로 매월 판매량이 감소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 1302대를 기록하는 등 월 판매 1000대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7월 982대, 8월 603대, 9월 469대, 10월 456대, 11월 519대, 12월 840대 등 프로모션이 몰리는 12월을 제외하곤 판매량이 약세를 보였다.
여기에 올해 1월에도 전년 동기 대비 판매가 30% 수준으로 주저 앉으며 1만대 돌파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일본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확산되고 있는데 반해 국내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신차를 연이어 출시하며 경쟁여건이 악화된 점도 렉서스의 위기감이 커진 배경으로 보인다.
제네시스 브랜드는 최근 미국 제이디파워(J.D. Power) 내구품질조사(VDS)에서 가장 좋은 점수를 받으며 기존 1위였던 렉서스를 제치고 종합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제네시스는 조사 대상에 포함된 첫해 전체 브랜드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점수(89점)를 받으며 1위에 올랐다. 렉서스는 100점을 받아 2위로 밀렸다. 차급별 조사에서는 제네시스 G80이 중형 프리미엄 차급 부문에서 최우수 품질상을 받았다.
자동차 시장 세계 최대 격전지인 미국에서 품질을 인정받은 만큼 이같은 결과는 국내 소비자들 구매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최근 브랜드 첫 SUV인 GV80을 출시한 제네시스는 G80 풀체인지 투입을 연이어 준비하며 렉서스를 비롯한 다른 고급차 브랜드를 강력하게 위협하고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 3위권을 유지하던 폭스바겐이 판매 정상화 문턱에 진입했다는 점도 렉서스에게는 위협적인 현상이다.
폭스바겐은 럭셔리 SUV인 투아렉 3세대 신형을 출시하며 판매에 재시동을 걸었고 지난해 일본 브랜드가 주춤하는 사이 메르세데스-벤츠, BMW에 이어 수입차 업계 3위를 탈환했다.
업계는 렉서스의 이례적인 프로모션이 반짝 효과를 볼 순 있겠지만, 반일 감정에 시장 경쟁도 치열해진 만큼 장기 목표 달성은 쉽지 않은 여건으로 보고 있다.
시장 경쟁구도 변화는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트림·옵션에 따라 8500만원에서 1억원에 가까운 NEW RX에 150만원 할인은 너무 적은 금액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뮤니티에서 나오고 있어서다.
이들의 비교 대상은 폭스바겐이다. 폭스바겐은 이번 출시한 투아렉에 최대 1500만원까지 할인할 정도로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수입차 시장 3위권 굳히기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할인정책 안쓰기로 유명한 렉서스가 위기의식을 느껴 이례적으로 신차에 할인 프로모션을 내걸었지만 올해 1만대 판매 기록을 지속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교수는 “신차 할인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금액이 유럽차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효과를 파악해보고 장기적으로 조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