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마힌드라가 투자 계획을 철회하면서 쌍용차에 대한 책임은 결국 우리 정부와 금융당국의 손으로 넘어왔다. 쌍용차는 당장 7월에 KDB산업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금 900억 원을 갚아야 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마힌드라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진 것은 사실로 보인다”면서도 “결국 정부가 쌍용차에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를 보면서 향후 대응 방향을 정하겠다는 계획일 수 있다”고 말했다.
5000여 명의 쌍용차 직원에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수만 개의 직장이 걸린 자동차회사를 우리 정부가 방치하기는 힘들 거란 계산이 깔린 포석이라는 것이다.
마힌드라가 기존에 내놨던 5000억 원 신규 투자 방안은 올해 1월 쌍용차 이사회 의장인 파완 고엔카 마힌드라 사장이 방한하면서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쌍용차가 누적된 적자로 경영난에 빠진 상황에서 한국을 찾은 고엔카 사장은 산은과 쌍용차 노조 등을 만났다. 그는 앞으로 3년 동안 5000억 원을 투자해 쌍용차의 재무구조와 경쟁력을 회복하고 2022년에는 흑자 전환을 이뤄내겠다는 목표를 내놓았다. 또 이 중 2300억 원을 직접 수혈할 테니 나머지 2700억 원가량은 우리 금융당국 등에서 마련해 달라는 입장이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쌍용차의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을 감안했을 때 5000억 원 투자로 극적인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는 시각도 있었다. 그런데 이 투자마저 백지화되면서 쌍용차의 독자적인 회생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코로나19가 자동차산업 전체를 위협하는 상황도 악재다. 앞으로 다수의 협력업체뿐만 아니라 다른 완성차 업체까지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 대주주마저 지원을 포기한 쌍용차를 적극 지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산은과 정부는 “구체적인 입장을 밝힐 상황이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정부 관계자는 “마힌드라가 철수 의사를 밝힌 게 아니라 긴급 자금은 내놓겠다고 했고, 쌍용차도 쇄신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라며 “대출 연장이나 추가 지원 여부를 밝히기에는 아직 정보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도 산은이 추가 지원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산은이 2대 주주였던 한국GM과 달리 쌍용차에 대해서는 1900억 원 규모의 대출을 보유한 채권자일 뿐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위기로 두산중공업, 항공업계 지원에 집중하고 있어 산은 자체의 지원 여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김도형 dodo@donga.com·장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