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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형 세단 SM6와 중형 SUV QM6가 그랬다. 두 모델 모두 출시 당시 부족한 부분이 있었지만 ‘조금 다른’ 신선함으로 메웠다. SM6는 세련된 디자인과 중형 세단에서 보기 힘들었던 실내 구성으로, QM6는 가격 경쟁력과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앞세워 부족한 부분을 적절한 상품성으로 구현했다. 결과는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과 꾸준한 흥행으로 이어졌다.
현실적으로 현대·기아자동차의 신차 출시 패턴과 기술 적용 속도를 따라잡기는 어렵다. 이는 르노삼성 뿐 아니라 다른 완성차 업체들에게도 해당된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절함’을 강조한 이유다. 무리하게 앞서가려고 하기 보다는 ‘선택과 집중’으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르노삼성의 역할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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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명은 아쉬움이 남는다. XM3가 추가되면서 브랜드 작명법 체계가 혼돈에 빠졌다. 그동안 각각 세단과 SUV를 의미했던 ‘SM’과 ‘QM’에 뜬금없이 ‘XM’이 더해진 것. 라인업이 다양하지 않은 상황에서 차명이 중구난방이다. 알파벳과 숫자를 활용한 작명법 체계는 차종이 다양한 브랜드에 적합한데 르노삼성은 그렇지 않다. SM3와 SM5, SM7은 모델 노후화에 따라 단종됐고 QM3 역시 풀체인지를 앞두고 지금은 판매되지 않는다. 심지어 QM3 후속 모델은 국내에서 ‘르노 캡처’로 판매될 예정으로 QM3라는 이름도 이제 사용하지 않는다. XM3는 해외에서 ‘아르카나’로 판매되는데 르노삼성이 굳이 알파벳과 숫자 조합 모델명을 사용한 이유에 의문이 든다.
숫자 ‘3’은 차급까지 헷갈리게 하는 요소다. 소형 SUV QM3를 연상시키는 숫자다. 실제로 XM3 차체 크기는 길이와 너비가 각각 4570mm, 1820mm로 현대자동차 투싼에 버금간다. 길이는 투싼보다 길다. 국내 기준으로 준중형 SUV 차급에 해당한다. 하지만 숫자 3으로 인해 실제보다 작은 차로 오해받기 쉽다. 경쟁모델로 기아차 셀토스나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가 꼽히는 이유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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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 디자인은 파격적이다. SUV 골격 위에 세단 차체가 결합된 형상이다. 국내 완성차 브랜드로는 처음 선보이는 크로스오버 디자인이다. 관점에 따라 세단 스타일 SUV 혹은 SUV 감성이 더해진 세단처럼 느껴지는 게 묘미다. 자세히 살펴보면 대표적인 쿠페 스타일 콤팩트 SUV BMW X4나 메르세데스벤츠 GLC 쿠페보다는 지난 2015년 국내 출시됐던 ‘볼보 S60 크로스컨트리’에 가까워보인다. 날렵한 스타일 때문에 언뜻 봐서는 작아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덩치가 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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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는 깔끔한 구성이 눈길을 끈다. 세로로 길게 뻗은 센터 9.3인치 디스플레이와 건반식 버튼, 다이얼 방식 공조기 버튼이 새롭다. 이 구성은 향후 출시될 르노삼성 신차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만큼 전반적으로 사용자 조작 편의에 많은 공을 들인 모습이다. 소재 선택도 나쁘지 않다. 손이 닿는 곳이나 눈에 보이는 부분 소재 선택에 심혈을 기울여 만족도 높은 감성품질을 구현했다. 특히 시트 디자인과 소재는 고급스럽다. 볼보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 특징이다.
센터 디스플레이와 각종 버튼은 운전석 방향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어 조작 편의를 높였다. 9.3인치 세로형 디스플레이는 동급 최대 크기라고 강조한다. 해상도도 기존 S링크 디스플레이에 비해 눈에 띄게 개선됐다. 내비게이션 지도를 온전히 확인할 수 있는 세로 크기로 타사 차종의 10.25인치 가로형 디스플레이 수치에 속지 말아야 한다고 르노삼성 측은 전했다. 시인성 측면에서 지도를 사용할 때 확실히 세로형 디스플레이가 답답함이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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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트레인은 1.3리터 TCe260 가솔린 터보 엔진과 습식 7단 듀얼클러치변속기(EDC)가 조합됐다. 최고출력 152마력, 최대토크 26.0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TCe260 엔진은 르노그룹과 다임러가 공동 개발한 엔진으로 다운사이징 기술이 집약됐다. 향후 르노그룹 주력 엔진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GLB와 CLA, A클래스 등에 이 엔진을 탑재한다. XM3에 탑재된 TCe260 엔진 연비는 복합 기준 리터당 13.2km(고속도로 15.3km/l, 도심 11.8km/l, 18인치 타이어 기준)다.
작은 엔진이지만 전자식 터보차저(e-WGT) 시스템을 적용해 성능을 끌어올렸다. 2.0리터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QM6 GDe(144마력, 20.4kg.m)보다 성능이 우수하다. 공차중량은 1345kg이다. 현대차 투싼(1515~1550kg)보다 150kg가량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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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운전보조장치도 눈여겨 볼만하다. 그동안 르노삼성 모델에서 볼 수 없었던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ACC)과 차선이탈방지보조장치, 후방교차충돌경보시스템 등이 적용됐다. 어댑티브크루즈컨트롤은 가속페달에서 발을 뗀 상태에서 앞차와 차간거리를 유지하면서 정차와 재출발까지 돕는다. 정차 시에는 3초 동안 기능이 활성화되고 3초가 지나면 비활성화 된다. 가속페달을 누르거나 스티어링 휠 버튼을 누르면 3분 이내에서는 기능이 재활성화 된다. 3분이 넘는 시간동안 정차 상태가 유지되면 안전을 위해 기능이 비활성화 되고 주차 브레이크가 걸린다.
차선이탈방지 기능은 말 그대로 차가 차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돕는 기능이다. 차선을 유지하는 개념이 아니라 차선을 밟으면 순간적으로 스티어링 휠을 제어해 주는 수준이다. 핸들에서 손을 떼면 몇 초 뒤에 경고가 나오며 차는 좌우 차선에 맞춰 ‘지그재그’로 운행하게 된다. 지금까지 르노삼성에 없었던 기술이 추가됐다는 데 만족해야 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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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XM3 국내 판매가격은 TCe260 모델의 경우 LE 트림이 2083만 원, RE 2293만 원, RE시그니처는 2532만 원이다. 1.6 GTe는 SE 트림이 1719만 원, LE 1939만 원, LE플러스 2140만 원으로 책정됐다. 출시 전부터 동급 대비 저렴한 가격대를 바탕으로 우수한 상품성이 많은 관심을 모았으며 이 관심은 흥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출시 첫 달인 3월 총 5581대가 팔려 브랜드 실적을 이끌었다. 누적계약대수는 1만6000대를 돌파한 것으로 전해졌다. XM3 인기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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