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들면 한국 경제가 V자형으로 반등할 것이란 전망은 코로나19가 미친 경제적 충격을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12일 코로나19 사태가 몰고 온 경기 침체 상황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을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규제나 비용 문제 등에서 기업이 경영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정부의 과감한 조치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소비자 “코로나19 영향, 장기화될 것”
가장 큰 문제로 꼽히는 것은 국내외 소비침체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앤드컴퍼니가 지난달 말 한국 소비자 600명을 설문한 결과 10명 중 6명(61%)은 코로나19가 한국 경제에 미칠 충격이 6개월에서 1년간 이어질 걸로 봤다. 또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코로나19로 이미 지난 2주간 소득이 감소(46%)했고 소비지출을 줄였다(47%)고 했다.
실제로 최근 올해 1분기(1∼3월) 잠정실적을 공시한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1분기 총매출액은 836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7% 감소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아직 실적을 내놓지 않은 다른 국내 주요 유통업체의 상황도 부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롯데쇼핑의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6%, 57%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2분기(4∼6월) 전망은 더욱 어둡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10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에서 최근 몇년간 유일하게 긍정적 전망을 이어온 온라인·홈쇼핑도 부정적 전망(84)으로 돌아섰다. RBSI는 기준치 100보다 낮을수록 경기가 악화될 것으로 본다. 대형마트(44), 편의점(55), 백화점(61)도 코로나19 사태 영향이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 “정부의 과감한 지원 필요”
주요 경제단체들은 코로나19 사태로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가 반등하려면 규제 완화를 비롯한 정책기조의 획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어느 때보다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내라도 침체된 소비를 끌어올려야 하고, 소비·수출 절벽 기간 버티게 해줘야 하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곧바로 반등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12일 대한상의는 “대규모 점포 영업규제 개선 등 당장 기업에 부담이 되고 있는 규제나 비용 문제를 덜어줘야 한다”며 “정부가 내놓은 내수 활성화 정책 중 소득공제율 확대 기간을 6월 종료에서 올해 말까지로 늘리고 공제한도도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도 이날 정부 정책기조를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경연 측은 “현 정부의 반시장적 소득주도성장은 미국 대공황을 악화시킨 1933년 국가산업진흥법 제정을 통한 최저임금제 도입, 최대 노동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제한, 생산량 제한 등 미국의 강력한 반시장적 정책과 유사한 패턴을 밟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항공,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등을 중심으로 업종별 총 27개의 정부 건의 사항을 발표했다. 수요 촉진을 위한 각종 인센티브 확대(자동차), 판매 활성화를 위한 코리아세일페스타 등 정책사업 추진(전자정보통신업)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도 매출 손실, 원료의약품 수급 불안 등의 악재가 동시다발로 몰아치고 있다며 약가 인하 유예 등을 요구했다.
서동일 dong@donga.com / 세종=주애진 / 조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