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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성열 기자의 CAR & TRACK] 우아한 방패 그릴·두 줄 램프…“갖고 싶다, G80”

원성열 기자
입력 2020-04-20 05:45:00업데이트 2023-05-09 16:46:09
3세대 G80은 제네시스 브랜드가 추구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우아하고 날렵한 G80의 외관 디자인. 사진제공|제네시스 브랜드3세대 G80은 제네시스 브랜드가 추구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우아하고 날렵한 G80의 외관 디자인. 사진제공|제네시스 브랜드
■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에 도전장 던진 ‘제네시스 3세대 G80’

여백의 미 살린 내부…감탄 절로
노면 정보 파악해 서스펜션 제어
물 위에 떠있는듯…승차감 최고


제네시스는 2015년 현대차에서 분리되어 독립 럭셔리 브랜드로 새롭게 출범했다. 당시 이 새로운 럭셔리 브랜드의 성공을 점친 이들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제네시스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는데 걸린 시간은 단 4년에 불과했다.

2019년 제네시스의 막내 모델인 G70 이 미국 최고 권위의 자동차 전문지인 모터트렌드 ‘올해의 차’로 선정되는 혁명을 일으키며, 글로벌 럭셔리카 시장의 다크호스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특히 G70 3.3터보 모델은 “벤츠 C클래스보다 날카로우며, 아우디 A4보다 훨씬 기민하고, 스포츠 세단의 교과서라 불리는 BMW 3시리즈를 긴장시키는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제네시스 브랜드의 뛰어난 기술력을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는 첨병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제네시스 브랜드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았다. 독일 3사(벤츠, BMW, 아우디) 럭셔리 브랜드의 오랜 역사와 명성을 짧은 시간에 따라잡기 위해서는 뚜렷한 정체성을 지닌 압도적인 감성의 새로운 디자인과 제네시스 브랜드만의 첨단 기술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 필요했다.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은 시승을 위해 마주한 3세대 G80 앞에서 눈 녹듯이 사라졌다.


● G80은 제네시스 브랜드 탄생 이끈 모델

G80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탄생을 이끈 핵심 모델이다. 현대차의 고급 차종이었던 2008년 1세대 제네시스 모델(BH)과 2013년 2세대 모델(DH)이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의 밑바탕이 됐다. G80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것은 2015년 11월 제네시스 브랜드 출범 이후 2016년 선보인 2세대 상품성 개선 모델부터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소비자들은 제네시스를 완전한 명품 브랜드로 인정하지 않았다. 객관적인 상품성은 뛰어났지만, 소비자들이 느끼는 브랜드 가치에서 여전히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명성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명품 마케팅 수단이 총동원됐지만 요원해 보였다.

3세대 G80은 과연 이 유리벽을 깰 수 있을까. 시승을 마친 소감부터 말하자면 이제 제네시스는 새로운 G80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완벽한 명품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명품의 가치는 디자인에서 나온다

3세대 G80 시승행사장에서 만난 몇몇 자동차 전문기자들은 G80에 대해 “당장 계약하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국내외 브랜드의 수많은 명차를 경험한 전문기자들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먼저 외관 디자인을 보면 대형 방패 모양의 크래스트 그릴과 제네시스의 새로운 상징이 된 두 줄 쿼드램프가 강인하고 확고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뚜렷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후면부로 갈수록 점점 낮게 이어지는 측면부의 ‘파라볼릭 라인(Parabolic Line)’과 볼록하게 안으로 들어간 테일부 디자인 등을 더해 클래식카의 우아함까지 더했다. 명품의 가치는 ‘꼭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생기는 매력적인 디자인’에서 나온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것도 바로 이 측면부를 감상할 때다.

어떤 경쟁 모델에도 뒤지지 않는 5성급 호텔 라운지 느낌의 인테리어를 통해 완벽한 명품의 반열에 올라섰다. 사진제공|제네시스 브랜드어떤 경쟁 모델에도 뒤지지 않는 5성급 호텔 라운지 느낌의 인테리어를 통해 완벽한 명품의 반열에 올라섰다. 사진제공|제네시스 브랜드

실내는 더 놀랍다. 이전까지는 브랜드 로고를 빼면 어떤 차의 실내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평범한 디자인이었다면, 이제는 제네시스 브랜드임을 단순에 알아볼 수 있는 한국적인 여백의 미를 살린 디자인으로 거듭났다. 엄청난 첨단 사양을 탑재하고 있지만, 복잡하지 않고 여유롭다는 것이 제네시스 브랜드 인테리어의 핵심 가치다. 실내 전체를 편안하고 우아하게 감싸는 랩 어라운드(Wrap-around) 디자인의 대시보드, 고급스러운 질감의 리얼 우드 트림, 리얼 글라스를 가공해 보석같은 느낌을 주는 변속 다이얼, 명품 핸드백을 연상시키는 스티어링휠을 감싼 혼 커버, 대시보드·도어트림·콘솔·시트에 적용된 월등한 부드러움의 가죽은 그 질감이 주는 고급스러움만으로도 운전자를 완전히 반하게 만든다.

●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으로 구현한 압도적 승차감

디자인이 마음을 사로잡았다면 그 다음은 주행성능과 승차감을 살펴볼 차례다. 시승차는 5907만 원부터 시작하는 3.5 가솔린 풀옵션 모델. 시동을 걸고 출발할 때부터 고속도로에 올라가 제한속도 110km로 주행할 때까지 풍절음, 노면소음, 엔진 부임음 등 그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는다. 마치 물 위에 떠있는 듯 고요하게 순항하는 압도적인 승차감이다. 메르세데스-벤츠에서 매직바디컨트롤이라는 이름으로 경험한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도 탑재되어 있다. 벤츠는 카메라 영상과 주행 상태 정보로 서스펜션을 컨트롤하는데, G80은 여기에 내비게이션 정보까지 더해 노면 정보를 사전에 파악하고 서스펜션을 노면 상황에 맞게 제어해 차량의 상하 움직임 및 충격을 줄여준다. 거친 노면과 고속 주행에서 이 기능은 더욱 빛을 발한다. 고래처럼 유영하는 우아한 승차감을 드디어 제네시스 브랜드도 가질 수 있게 됐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