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10월 열린 배터리 박람회 ‘인터배터리 2018’에서 참관객들이 전기차에 쓰이는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2018.10.1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전세계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이 코로나19로 다소 침체된 상황이지만 전염세가 회복된 이후에는 다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폭발적인 시장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 배터리 업체들이 그 수혜를 가장 크게 누릴 것이라는 관측이다.15일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수요는 2019년 117기가와트시(GWh)에서 2030년 3147GWh로 26.9배 성장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중국이 주도했지만, 앞으로는 유럽·미국 시장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SNE리서치는 중국의 배터리 수요가 2019년 66GWh에서 2030년 1092GWh로 16.5배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유럽은 24GWh에서 976GWh로 40.6배, 미국은 19GWh에서 778GWh로 40.9배씩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로 인한 수혜는 한국 배터리 기업이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한국 배터리 기업들은 중국·일본과 달리 유럽·미국 지역에 공격적으로 배터리 공장을 증설하고 있어서다. 반면 강력한 경쟁자인 중국 업체들은 내수시장 의존도가 높다.
실제로 중국의 CATL은 2030년 중국에 286GWh, 유럽에 210GWh의 배터리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돼 자국 비중이 절반 이상이다. 반면 LG화학은 유럽 219GWh, 중국 187GWh, 미국 80GWh 등 공급처가 퍼져있다. SK이노베이션(유럽 81GWh·중국 85GWh·미국 43GWh)과 삼성SDI(유럽 111GWh·중국 60GWh·미국 22GWh)도 포트폴리오가 다양하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전세계 시장에 49GWh의 배터리를 공급한 한국 업체들의 실적은 2030년 904GWh로 18.4배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중국은 251GWh에서 1613GWh로 6.4배 늘어나지만 한국의 증가율에는 다소 못 미친다. 지난해 한국과 비슷한 공급량(40GWh)을 기록한 일본 업체들은 2030년 206GWh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국내 배터리 3사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1분기 실적이 다소 부진했지만,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배터리 시설에 3조원을,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배터리 공장 건설에 장기적으로 총 50억달러(약 6조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그동안 국내 3사 중 공장 증설에 있어 다소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삼성SDI는 지난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회동하면서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현대차는 전기차 배터리를 LG화학·SK이노베이션에서 공급받았는데, 이번 만남을 계기로 삼성SDI로 거래선을 확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3월 삼성종합기술원은 단 한번의 충전으로 800km를 주행하고 1000회 이상 재충전이 가능한 전고체 배터리 연구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날 만남에서 삼성 측으로부터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기술을 브리핑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익환 SNE리서치 수석연구원은 지난 14일 열린 이차전지 세미나에서 “앞으로 전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한국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가장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3사를 포함해 중국의 CATL·BYD, 일본의 파나소닉 등 6개사가 배터리 시장을 리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