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의 주가가 1년 전보다 4배 넘게 오르며 1000달러 진입을 눈앞에 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앞선 기술을 가진 정보기술(IT), 전기차, 바이오 관련 회사들의 지배력이 강화될 것이란 기대감에 미국 나스닥지수도 사상 최대치를 돌파했다.
8일(현지 시간)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된 테슬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7.26% 오르며 사상 최고치가인 949.92달러로 마감했다. 올해 2월까지 917.42달러를 기록한 뒤 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폭락했지만 4개월 만에 이를 만회한 것이다. 테슬라 주가는 약 1년 전인 지난해 5월 말 185.16달러에 비해 4배 이상 올랐다. 시가총액도 1712억 달러(약 205조4400억 원)로 불어나며 나스닥시장 15위까지 뛰어올랐다.
테슬라의 질주는 판매량 확대와 함께 성장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이 동시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5월 한 달 동안 중국에서 생산된 보급형 전기차 ‘모델3’가 1만 대 넘게 팔리며 중국 친환경차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세운 민간 우주회사 스페이스X가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성공적으로 발사시키며 미래 우주 경제를 주도할 회사로도 각광받고 있다. 미국 증권사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는 보고서를 통해 “최대 135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테슬라를 포함해 미국 증시의 이른바 ‘포스트 코로나’로 꼽히는 업종들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8일(현지 시간) 나스닥지수는 이날 1.13% 오른 9,924.75에 거래를 마치며 종전 최고치였던 올해 2월 19일(9,817.18)의 기록을 갈아 치웠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등 기존 IT 공룡들의 시장지배력이 강화될 것이란 기대와 함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선 글로벌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 등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올해 2월 기록한 사상 최고가의 약 95% 수준에 도달했다. 코로나19 사태 발발 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대규모 유동성을 공급해 시중에 자금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세계 경제 중심지인 미국 뉴욕시가 폐쇄를 끝내고 1단계 경제활동을 재개하는 등 각국이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는 점도 재개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증시의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타이 후이 JP모건 전략가는 “아직도 세계 경제 활동은 코로나19 대유행 이전과는 거리가 멀다. 미중 갈등, 실업률 등도 위협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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