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애플카(가칭)’ 협력설이 새해 시작과 함께 산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다양한 소문과 소식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가운데 그룹 주요 계열사인 ‘기아’를 중심으로 애플카 협력에 관한 퍼즐이 맞춰졌다.
앞서 알려진 대로 기아가 애플카 프로젝트를 맡고 생산은 미국에 있는 기아 조지아공장에서 이뤄진다. 기아와 애플 모두 공식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지만 현재 계약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취재 결과 확인됐다. 소문과 추측으로 무성했던 애플카 개발 협력이 상당 부분 진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3일 취재를 종합하면 기아와 애플은 이달 중 애플카 생산을 위한 4조 원 규모 정식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지난달부터 정식계약을 위한 실무 조율이 진행 중이며 구체적인 계약 일정까지 잡힌 상태다. 당초 계약 시기를 2월 초로 정했지만 한 차례 미뤄져 2월 17일로 일정이 변경됐다. 다만 회사별 내부 사정에 따라 2월 17일 계약 일정은 변동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계약 당일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직접 계약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계획이 잡혔다고 한다. 최근에는 정 회장이 지난달 싱가포르 출장에서 애플 고위 관계자를 만났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계약에는 애플카 생산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애플은 기아에 4조 원 규모 투자를 단행할 예정이다. 오는 2024년 출시를 목표로 기아가 생산하는 애플카 물량은 초기 연간 10만대 수준이고 최대 40만대 규모까지 확대 가능하다.
애플이 기아에 투입하는 4조 원은 애플카 생산을 위한 전용 설비 구축과 차량 개발 등에 사용될 전망이다. 이 같은 대규모 초기 투자는 애플이 주요 제품 생산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애플은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기존 주력 제품 생산을 추진할 때도 LG디스플레이(LGD)에 조 단위 투자를 단행한 후 전용 설비에서 생산된 OLED 패널을 수급한 바 있다. 마찬가지로 애플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기아는 애플의 전기차 생산을 위한 전용 라인 구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애플카 프로젝트에서 기아가 차량 생산을 주도하는 가운데 현대글로비스의 역할에도 관심이 몰린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카 사업에서 미국에 여러 법인을 둔 글로비스가 비중 있는 역할을 맡게 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글로비스는 미국에서 글로비스 아메리카와 조지아법인, 앨라배마법인, 현지 육상운송 자회사 GET 등 4개 법인과 4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주력 사업인 물류 외에 전기차 관련 사업 추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 입장에서 볼 때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시장 진출을 위한 최적 파트너라는 평가다. 자체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보유하고 있고 미국에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계획한 시기(2024년)에 맞춰 새로운 자동차를 실제 생산할 수 있는 능력과 요건을 모두 갖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기차부터 수소차, 하늘을 나는 자동차 등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미래 비전도 혁신을 추구하는 애플에게 매력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자체 전기차 브랜드 확대를 꾀하는 과정에서 하청업체 역할이 부각돼 브랜드 이미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미래 전기차 시장 선점과 주도권 확보와 관련해 긍정적인 영향이 클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대규모 ‘충성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애플과 협업이 상징성 측면에서 현대차그룹 이미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애플카 제품 완성도에 따라 현대차그룹 브랜드 전기차에 대한 이미지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