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의 선두주자, 모빌아이(Mobileye)가 기업공개에 나섭니다. 모회사 인텔(2017년 3월 153억 달러에 인수)이 모빌아이를 나스닥에 상장하겠다고 신청한 건데요(티커는 MBLY, 공모가 공개 안함). 목표로 하는 시가총액은 300억 달러. 만약 올해 안에 IPO가 이뤄진다면 2022년 전 세계 IPO 중 최대 규모가 될 거라는 군요(지금까지는 올해 IPO는 포르셰가 최대. 딥다이브 1호 레터 참조). 아무리 자율주행 테마가 최근 증시에서 주춤했다고는 하지만 모빌아이는 글로벌리 핫한 기술 기업. IPO 소식에 덩달아 자율주행 관련 주식들까지 들썩이는데요. 오늘은 모빌아이, 그리고 경쟁사인 테슬라를 포함한 자율주행 업계를 깊이 들여다봅니다.
모빌아이는 암논 샤슈아 히브리대 교수가 1999년 창업한 이스라엘 기업입니다. 컴퓨터 비전(보는 능력)의 전문가인 샤슈아 교수가 ‘카메라 한대만 있으면 차량의 차선 이탈을 감지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려 사업화했죠. ‘에이다스(ADAS)‘라고 부르는 첨단운전자 보조시스템(카메라 센서로 차량 주변 위험을 감지)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건데요. 모빌아이는 지금도 이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합니다.
모빌아이가 만든 자율주행 칩 이름은 ‘아이큐(EyeQ)‘. 아이큐를 쓰는 자동차 제조사는 아주 여러 곳이지만 특히 여기가 한때 유명했죠. 바로 테슬라입니다. 테슬라 오토파일럿은 처음엔 모빌아이 아이큐 기반이었는데요. 2016년 충돌사고(오토파일럿 주행 중 트럭과 충돌) 책임을 놓고 다투다가 사이가 틀어져 결별했죠. 이후 테슬라는 자체 기술로 FSD(Full Self Driving)칩을 개발해 차량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둘이 경쟁자가 된 건데요.
그럼 어디 기술이 더 앞서냐고요?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게, 두 회사 기술이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릅니다. 이 얘기를 제대로 하려면 이것부터 아셔야 하는데요. 자율주행은 크게 두가지로 나뉩니다. ①카메라 진영과 ②라이다 진영.
라이다는 카메라보다 정확도가 높죠. 눈에 보이지 않아도 정확하게 거리값을 측정하니까요. 하지만 단점도 많아요. 무엇보다 전력을 많이 쓰고 엄청 비싸죠. 카메라는 한 대에 3~4달러인데 라이다는 400달러가 넘는다고 합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라이다는 바보들이나 쓰는 장치”라며 자기네는 자율주행에 카메라만 쓰겠다고 여러차례 공언했죠. 실제 테슬라가 2020년 라이다 없이 카메라 8개로 ‘FSD 베타버전’을 출시하자, 라이다 기업 주가가 크게 출렁이는 일도 있었죠(‘헉. 라이다 없어도 자율 주행 되는 거야? 어떡해?!’라는 반응이었음).
모빌아이가 테슬라와 다른 길을 선택한 건 안전에 대한 기준점이 더 높기 때문인데요. 모빌아이가 차량 데이터를 수집해 고정밀 3D 지도를 만드는 것(테슬라는 이거 안함) 역시 안전도를 높이기 위해서죠. 아주 정밀한 지도 위에 ‘카메라+라이다+레이다’를 결합한 자율주행차를 얹어 달리게 하겠다는 겁니다.
그럼 모빌아이가 더 낫다? 글쎄요. 테슬라는 아주 큰 강점이 있거든요. 바로 차를 직접 만든다는 점인데요. 이미 FSD 베타버전을 달고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현재 16만대) 데이터만 수집해서 AI로 훈련해도 엄청나지 않겠어요.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 문제라면 일론 머스크 말이 자꾸 바뀐다는 점인데요. 2013년 자율주행 계획을 발표한 뒤에 “2년 안에 자율주행이 완성된다”는 식으로 얘기하다 벌써 10년 가까이 흘러버렸죠. 과연 머스크가 올초 공언한 대로 FSD가 올해 안에 ‘베타’ 딱지를 떼고 정식 버전이 나올 수 있을지 미지수. 참고로 FSD 베타버전 가격은 지난달 올라 현재는 1만5000달러(약 2100만원)입니다.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을 포함해 국내에서 판매되는 자율주행 시스템은 아직 레벨2 수준(운전자가 핸들을 잡고 있어야 함)입니다(레벨3는 핸들에서 손 떼도 됨). 운전자가 아예 잠을 자도 되는 정도의 자율주행은 레벨4인데요. 레벨4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는 아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GM 자회사 크루즈가 운전자 없는 로보택시를 52대를 운영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아무 제한이 없이 어디든 달리는 무인차 ‘키트(이거 알면 40대 이상)’ 수준의 레벨5 자율주행은 기술적으로 10년 이상 걸릴 거란 전망이죠.
물론 기술이 가장 큰 장벽입니다.(라이다 기반의 웨이모 로보택시가 공사용 라바콘을 만나 멈춰버린 영상 https://youtu.be/zdKCQKBvH-A) 하지만 동시에 레벨4 이상 자율주행차가 일반 도로에 돌아다니려면 제도도 많이 달라져야 하는데요. 핵심은 ‘책임이 누구에게 있냐’이죠. 지금은 자율주행을 하다가 사고가 나면 책임이 누구한테 있을까요? 운전자? 차량제조사? 정답은 ‘그때그때 다르다’인데요. 기본적으로는 운전자에 책임이 있지만 사고 조사를 해서 제조사 과실이 인정되면 제조사가 물어내야 하죠. 하지만 이건 레벨3(운전자가 핸들은 안 잡아도 되지만, 깨어 있어야 함)까지이고, 아예 운전자가 쿨쿨 자버려도 되는 레벨4부터는 당연히 달라져야 하겠죠.
교통사고가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자동차를 소유하는 대신 공유한다, 자동차가 휴식과 오락의 공간이 된다, 운전 관련 일자리가 사라진다, 운전면허 안 따도 된다… 상상 속의 이런 자율주행 세상이 진짜 오긴 오겠죠? 마지막으로 모빌아이가 배달 스타트업 유델브(Udelv)와 함께 내년에 선보일 예정인 무인 배달차(운전자 없이 문앞까지 라스트마일 배송. 레벨4 수준 자율주행) 사진을 보시며, 자율주행의 미래를 그려보시죠. by. 딥다이브
*이 기사는 1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 내용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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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ADAS(에이다스) 세계시장 점유율 1위 모빌아이는 다양한 제조사들에 제품을 납품한다. 모빌아이 홈페이지
자율주행의 아버지, 암논 샤슈아
모빌아이의 테스트 차량이 2021년 뉴욕 도심을 ‘핸들 노 터치’로 40분간 자율주행하는 영상을 보신 적 있나요(https://youtu.be/50NPqEla0CQ). ‘자율주행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라는 감탄을 자아내는 영상인데요. 모빌아이는 암논 샤슈아 히브리대 교수가 1999년 창업한 이스라엘 기업입니다. 컴퓨터 비전(보는 능력)의 전문가인 샤슈아 교수가 ‘카메라 한대만 있으면 차량의 차선 이탈을 감지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려 사업화했죠. ‘에이다스(ADAS)‘라고 부르는 첨단운전자 보조시스템(카메라 센서로 차량 주변 위험을 감지)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건데요. 모빌아이는 지금도 이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합니다.
모빌아이가 만든 자율주행 칩 이름은 ‘아이큐(EyeQ)‘. 아이큐를 쓰는 자동차 제조사는 아주 여러 곳이지만 특히 여기가 한때 유명했죠. 바로 테슬라입니다. 테슬라 오토파일럿은 처음엔 모빌아이 아이큐 기반이었는데요. 2016년 충돌사고(오토파일럿 주행 중 트럭과 충돌) 책임을 놓고 다투다가 사이가 틀어져 결별했죠. 이후 테슬라는 자체 기술로 FSD(Full Self Driving)칩을 개발해 차량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둘이 경쟁자가 된 건데요.
그럼 어디 기술이 더 앞서냐고요?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게, 두 회사 기술이 비슷하면서도 많이 다릅니다. 이 얘기를 제대로 하려면 이것부터 아셔야 하는데요. 자율주행은 크게 두가지로 나뉩니다. ①카메라 진영과 ②라이다 진영.
올해 초 CES2022에서 새로운 칩(아이큐 울트라)을 발표한 암논 샤슈아 모빌아이 CEO. 현직 히브리대 교수이기도 하다. ‘자율주행의 아버지’쯤 되는 인물. 모빌아이 공식 블로그
카메라 VS. 라이다, 너무나 중요한 차이!
웨이모(알파벳 자회사)와 크루즈(GM 자회사)가 자율주행을 꽤 오랫동안 열심히 개발 중인 거 아시죠? 이들은 ‘라이다(LiDAR, 빛을 쏴서 물체를 인식)’ 센서 기반의 자율주행입니다. 이와 달리 모빌아이와 테슬라는 카메라 기반으로 성장했고요(라이다 없어도 O.K). 앞에서 소개한 모빌아이의 뉴욕 자율주행 영상도 100% 카메라 기반의 자율주행이었답니다.라이다는 카메라보다 정확도가 높죠. 눈에 보이지 않아도 정확하게 거리값을 측정하니까요. 하지만 단점도 많아요. 무엇보다 전력을 많이 쓰고 엄청 비싸죠. 카메라는 한 대에 3~4달러인데 라이다는 400달러가 넘는다고 합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라이다는 바보들이나 쓰는 장치”라며 자기네는 자율주행에 카메라만 쓰겠다고 여러차례 공언했죠. 실제 테슬라가 2020년 라이다 없이 카메라 8개로 ‘FSD 베타버전’을 출시하자, 라이다 기업 주가가 크게 출렁이는 일도 있었죠(‘헉. 라이다 없어도 자율 주행 되는 거야? 어떡해?!’라는 반응이었음).
모빌아이가 현재 판매 중인 카메라 기반의 ADAS 시스템. 모빌아이 홈페이지
그런데 테슬라와 같은 ‘카메라 진영’의 원조격이던 모빌아이는 방향을 살짝 틀었어요. 카메라만 단독으로 쓰기보다는 라이다(빛을 쏨)&레이다(전파를 쏨)까지 이중으로 쓰면 자율주행이 훨씬 더 완벽하겠다고 본 거죠. 둘을 통합해서 하나의 칩으로 처리하는 ‘아이큐 울트라(EyeQ Ultra)‘칩을 개발해 올해 초 공개!(양산은 2025년 예정) 그런데 라이다는 너무 비싸다며? 샤슈아 CEO는 “그래서 차세대 라이다를 개발 중”이라고 말합니다. 자체 개발을 통해 자율주행 시스템의 소비자 가격을 1만 달러로 떨어뜨리겠다는 계획이죠. 차를 살 때 1만 달러(약 1400만원)를 더 내면 완전 자율주행(레벨4) 차량이 되게 한다는 겁니다.(TMI. 아이큐 울트라 CPU는 ‘반도체판 리눅스’인 리스크 파이브 기반입니다. 리스크 파이브가 뭔지 궁금하면 딥다이브 레터 ‘ARM편’ 참조)모빌아이가 테슬라와 다른 길을 선택한 건 안전에 대한 기준점이 더 높기 때문인데요. 모빌아이가 차량 데이터를 수집해 고정밀 3D 지도를 만드는 것(테슬라는 이거 안함) 역시 안전도를 높이기 위해서죠. 아주 정밀한 지도 위에 ‘카메라+라이다+레이다’를 결합한 자율주행차를 얹어 달리게 하겠다는 겁니다.
그럼 모빌아이가 더 낫다? 글쎄요. 테슬라는 아주 큰 강점이 있거든요. 바로 차를 직접 만든다는 점인데요. 이미 FSD 베타버전을 달고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현재 16만대) 데이터만 수집해서 AI로 훈련해도 엄청나지 않겠어요.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 문제라면 일론 머스크 말이 자꾸 바뀐다는 점인데요. 2013년 자율주행 계획을 발표한 뒤에 “2년 안에 자율주행이 완성된다”는 식으로 얘기하다 벌써 10년 가까이 흘러버렸죠. 과연 머스크가 올초 공언한 대로 FSD가 올해 안에 ‘베타’ 딱지를 떼고 정식 버전이 나올 수 있을지 미지수. 참고로 FSD 베타버전 가격은 지난달 올라 현재는 1만5000달러(약 2100만원)입니다.
진짜 자율주행 시대, 오긴 와?
모빌아이가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와 함께 만든 레벨4 자율주행차. 모빌아이 홈페이지
카메라냐, 라이다냐를 두고 글로벌 기업들이 치열하게 기술 경쟁을 하는 건 소비자로서 좋은데, 이런 의문이 들죠. 진짜 제대로 된, 운전자가 손 하나 까딱 안 해도 되는 그런 완전 자율주행 시대가 오긴 오나요? 이런 의문이 들만도 한 게 무인자동차가 나와서 졸음운전 사고가 사라질 거란 전망을 담은 기사(2011년 동아일보 기사 참조)가 나온 지 이미 10년도 넘었으니까요.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을 포함해 국내에서 판매되는 자율주행 시스템은 아직 레벨2 수준(운전자가 핸들을 잡고 있어야 함)입니다(레벨3는 핸들에서 손 떼도 됨). 운전자가 아예 잠을 자도 되는 정도의 자율주행은 레벨4인데요. 레벨4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는 아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GM 자회사 크루즈가 운전자 없는 로보택시를 52대를 운영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아무 제한이 없이 어디든 달리는 무인차 ‘키트(이거 알면 40대 이상)’ 수준의 레벨5 자율주행은 기술적으로 10년 이상 걸릴 거란 전망이죠.
물론 기술이 가장 큰 장벽입니다.(라이다 기반의 웨이모 로보택시가 공사용 라바콘을 만나 멈춰버린 영상 https://youtu.be/zdKCQKBvH-A) 하지만 동시에 레벨4 이상 자율주행차가 일반 도로에 돌아다니려면 제도도 많이 달라져야 하는데요. 핵심은 ‘책임이 누구에게 있냐’이죠. 지금은 자율주행을 하다가 사고가 나면 책임이 누구한테 있을까요? 운전자? 차량제조사? 정답은 ‘그때그때 다르다’인데요. 기본적으로는 운전자에 책임이 있지만 사고 조사를 해서 제조사 과실이 인정되면 제조사가 물어내야 하죠. 하지만 이건 레벨3(운전자가 핸들은 안 잡아도 되지만, 깨어 있어야 함)까지이고, 아예 운전자가 쿨쿨 자버려도 되는 레벨4부터는 당연히 달라져야 하겠죠.
교통사고가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자동차를 소유하는 대신 공유한다, 자동차가 휴식과 오락의 공간이 된다, 운전 관련 일자리가 사라진다, 운전면허 안 따도 된다… 상상 속의 이런 자율주행 세상이 진짜 오긴 오겠죠? 마지막으로 모빌아이가 배달 스타트업 유델브(Udelv)와 함께 내년에 선보일 예정인 무인 배달차(운전자 없이 문앞까지 라스트마일 배송. 레벨4 수준 자율주행) 사진을 보시며, 자율주행의 미래를 그려보시죠. by. 딥다이브
모빌아이는 인텔 자회사 유델브와 함께 내년부터 무인 배송차를 상용화한다. 이미 1000대 사전 주문도 받았다. 모빌아이 홈페이지
‘자율주행의 선두주자’ 모빌아이와 테슬라를 포함한 자율주행 업계를 조금 깊이 들여다 봤는데요. 내용을 요약해 드리자면.- 샤슈아 교수가 창업한 모빌아이는 ADAS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압도적 점유율 1위 기업이에요. 모회사 인텔이 나스닥에 IPO를 신청했죠.
- 테슬라와 함께 자율주행 업계 ‘카메라 진영’의 강자였던 모빌아이. 지금은 ‘라이다&레이다’도 추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어요.
- 차량을 직접 만든다는 점에선 테슬라가 유리하죠. 이미 완전자율주행(FSD) 베타 버전 장착 차량이 16만대나 되니까요.
- 샌프란시스코엔 이미 로봇택시가 달리고 있고, 내년이면 무인배달트럭도 미국에서 다닌대요. 완전 자율주행 시대, 생각보다 가까운 미래이려나요?
*이 기사는 11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 내용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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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har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