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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삼아알미늄, LG에너지솔루션과 양극박 장기 공급 추진… 8년간 2~3조 규모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입력 2022-12-23 12:52:00업데이트 2023-05-09 09:52:21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알루미늄박을 생산하는 삼아알미늄이 국내외 대기업 투자에 힘입어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 지난 22일 삼아알미늄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투자금 1152억5499만 원(신주 371만1916주 발행, 기존 발행주식 1100만주)을 조달했다고 공시했다.

유상증자에는 국내 배터리 업체 LG에너지솔루션(삼아알미늄 주식 150만주 취득)과 일본 도요타자동차 계열 물류·부품 업체 도요타통상(TOYOTA TSUSHO, 150만주)이 전략적투자자(SI, Strategic Investor)로 참여했다. 사모펀드 제이케이엘파트너스(제이케이엘이에스지 미래모빌리티 밸류체인 사모투자합자회사, 71만1916주)는 재무적투자자(FI, Financial Investor)로 나섰다. 삼아알미늄은 이번 유상증자에 따른 자금조달 목적을 ‘시설자금’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말한 시설자금이 미국 현지 알루미늄박 생산 공장 조성을 위한 투자금을 의미한다. 현지에서 이뤄지는 알루미늄박 공급 관련 비즈니스의 큰 그림도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 2023년 1월 초 LG에너지솔루션과 알루미늄박 8년 공급 계약… 총 2조~3조 규모
2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 진출하는 삼아알미늄은 LG에너지솔루션과 알루미늄박 공급을 위한 장기 계약을 준비하고 있다. 계약 기간은 8년, 규모는 2조~3조 원 수준이다. 계약 내용은 현재 확정 단계로 실제 계약은 해를 넘겨 내년 1월 초에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계약은 수개월 동안 추진된 프로젝트로 지난달 초 LG에너지솔루션으로부터 실사를 거치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삼아알미늄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한 이유로도 볼 수 있다. 삼아알미늄은 해외 거점을 기반으로 배터리 소재 사업을 확대할 수 있고 LG에너지솔루션은 핵심 소재를 현지에서 안정적으로 수급하면서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을 병행할 수 있다. 핵심 소재에 대한 IRA 관련 현지 생산 이슈를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

삼아알미늄 투자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배터리 원재료 공급망 안정성을 위해 진행한 지분투자 건으로 앞으로도 공급망 강화를 위한 파트너십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 도요타, 국내 소재 업체 첫 투자… 美 전기차 공략·IRA 대응 수순
일본 도요타자동차 계열 도요타통상이 이번 삼아알미늄 지분투자에 참여한 점도 눈길을 끈다. 도요타가 국내 소재 업체를 대상으로 투자한 첫 사례로도 볼 수 있다. 삼아알미늄 최대주주가 일본계 동양알미늄(TOYO ALUMINIUM)인 점이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도요타통상은 도요타자동차그룹에서 물류와 부품 사업을 맡고 있는 일본 내 대형 상사다. 광범위한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2018년 지배구조 개편을 시도하면서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분할·합병을 추진했는데 해당 방안이 도요타통상 사업모델을 참고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도요타통상의 삼아알미늄 지분투자는 도요타자동차의 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을 위한 준비과정으로 볼 수 있다. 도요타통상 최대주주는 도요타자동차다. 도요타는 아직 미국 내 전기차 생산 공장이 없다. 다만 IRA 대응과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현지 거점 확보가 정해진 수순이라는 평가다. 도요타의 미국 생산 계획에 맞춰 삼아알미늄은 알루미늄박 공급 계약을 추진하게 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도요타를 시작으로 다른 일본 완성차 업체와 협력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 LG에너지솔루션·도요타 ‘뜻밖의 인연’… 삼아알미늄 중심 연결고리 형성
LG에너지솔루션과 도요타 계열의 만남도 ‘뜻밖의 인연’으로 업계 관심을 모은다. 한국 배터리 업체와 일본 완성차 업체가 삼아알미늄을 중심으로 연결고리가 형성된 모습이다. 자연스럽게 LG에너지솔루션과 도요타의 배터리 협력 가능성이 제기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 측은 고객사 관련 내용은 언급이 불가능하다면서도 도요타와의 협력 추진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다만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도요타의 배터리 협력 관련 논의가 상당부분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배터리 공급에 관한 선택지가 제한되기 때문에 이번에 인연을 맺은 LG에너지솔루션이 도요타의 배터리 공급사 1순위로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 삼아알미늄에 집착하는 전기차·배터리 업계… 알루미늄박은 무엇?·어떤 회사 길래?
삼아알미늄은 지난 1969년 설립된 알루미늄박 생산 업체다. 1998년 국내 최초로 배터리용 알루미늄박을 개발했다. 건축·산업용, 포장재 등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생산이 주력이지만 전기차 수요 급증에 따라 배터리용 알루미늄박 사업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특히 기술력을 입증 받으면서 글로벌 완성차와 배터리 업계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알루미늄 양극박은 전기차용 배터리 내에서 전자가 이동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핵심부품이다. 알루미늄을 박 형태로 매우 얇게 가공해 만든다. 삼아알미늄은 10㎛(미크론, 1mm의 1000분의1) 두께 고강도 알루미늄박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알루미늄박 기술력으로는 현재 일본을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현행 전기차에 사용되는 10~11μm 두께보다 얇은 9μm 두께 고강도 알루미늄박의 양산적용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전기차 업체들이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용량이 크고 안전성이 확보된 배터리를 요구하면서 고품질 알루미늄박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삼아일미늄은 알루미늄박 밀도와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표면 균일성에도 강점을 지녀 이 분야에서도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특히 삼아알미늄은 제품 경쟁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배터리 업체들로부터 꾸준히 해외진출과 증설 요청을 받아왔다고 한다. 이미 SK온 등 국내 주요 배터리 업체에 알루미늄박을 공급하고 있다. SK온은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알루미늄박 약 70%(매출 기준 약 1조8000억 원 규모)를 삼아알미늄으로부터 조달받는다고 한다. 배터리 업체 요청에 따라 국내에서는 설비 증설이 진행되고 있다. 약 800억 원을 투입해 기존 4개 라인에 2개 라인을 추가로 증설 중이다. 증설에 따른 실적 가시화가 예상되는 오는 2024년에는 연간 약 4만 톤 규모 알루미늄박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알루미늄박 수요는 작년 기준 약 13만5000톤 규모다. 오는 2025년에는 약 47만5000톤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아알미늄 포승공장삼아알미늄 포승공장
○ ‘현대차·SK온’도 눈독… 업계 “소재 시장 입지 강화될 것” 평가
업계에서는 배터리 소재 시장에서 삼아알미늄의 입지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알루미늄박 생산이 가능한 주요 업체가 전 세계 6개로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환경문제로 인한 신규 증설 제한과 신규 업체 진입장벽도 기존 사업자 경쟁력을 부각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롯데알루미늄 등 신규 업체가 진입하고 있지만 압연롤 등 핵심장비와 생산수율 확보 등이 과제로 남아있어 아직 기존 사업자들에게 위협이 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도요타 외에 다른 대형 업체들도 삼아알미늄에 눈독들이고 있다. 실제로 이번 삼아알미늄 투자가 추진되는 과정에서 현대자동차와 SK온도 투자 참여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완성차와 배터리 등 동일 업종 회사가 먼저 투자를 단행하면서 다른 업체 참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투자에 참여하지 못했지만 기존 투자업체 동의 하에 새로운 투자 가능성은 남아있는 상황이다. 한 업체는 전략적 투자가 무산되면서 재무적 투자까지 타진했다고 한다. 삼아알미늄 성장 잠재력에 대한 전기차 업계의 집착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에서는 삼아알미늄의 성장이 이제 시작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과 맺는 대규모 장기 공급 계약에 따라 오는 2024년(예상)부터 연간 실적이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삼아알미늄 연간 실적도 긍정적인 상황이다. 예상 매출은 전년 대비 30%가량 증가한 약 3300억 원, 예상 영업이익은 50% 가까이 성장한 230억 원 규모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배터리용 알루미늄박은 기존 알루미늄 제품에 비해 수익성이 높다고 한다. 설비 증설과 LG에너지솔루션 및 도요타 신규 계약 등을 실적에 반영하면 삼아알미늄은 연간 매출 8000억 원, 영업이익 1600억 원 규모 업체로 탈바꿈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아알미늄의 배터리용 알루미늄박 마진은 약 20% 이상 수준으로 보고 있다”며 “지금은 일반 박 비중이 높아 마진이 낮지만 배터리 소재 비중이 올라가면 전반적인 수익성까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