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위기의 테슬라, 가격인하로 선회…갑작스런 할인에 “소비자 기만” 불만도

김재형 기자
입력 2023-01-15 14:54:00업데이트 2023-05-08 19:33:04
견고하던 수요가 감소 조짐을 보이면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그간의 정책과는 상반되는 가격 인하 정책을 펼치고 있다. AP 뉴시스견고하던 수요가 감소 조짐을 보이면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그간의 정책과는 상반되는 가격 인하 정책을 펼치고 있다. AP 뉴시스

팬덤 붕괴와 수요 둔화의 위기에 빠진 테슬라가 글로벌 차량 판매가를 최대 20%까지 낮추는 강수를 내놓았다. 줄어드는 수요를 반등시키기 위해 이례적인 가격 인하책을 내놨지만, 시장에선 차량을 먼저 주문한 소비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또 다른 논란 거리가 되고 있다.

15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미국에서 세단인 모델3와 모델S,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모델Y와 모델X의 판매가를 직전보다 6~20% 할인했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모델3와 모델Y 가격을 올해 1~17% 떨어뜨렸다. 중국에서도 지난해 9월 대비 13~24% 낮은 가격에 차를 판매하는 등 아시아 시장에서도 판매가를 10% 넘게 낮췄다.

한 해에 대여섯 차례 가격을 인상해왔던 그간의 공격적인 가격 인상 정책과는 완전히 상반된 행보다. 모델Y 롱레인지 기준 지난해 초 미국 판매 가격은 5만 490달러에서 6월 전후 31% 오른 6만 5990달러에 판매됐다. 이 기간 중국 판매가도 34만 7900위안에서 39만 4900위안으로 14% 상승했다.

같은 시기, 1년이 넘어가는 대기기간에 테슬라 중고차 가격이 신차값을 뛰어넘는 가격 역전 현상까지 나타나며 “빨리 구매하는 게 남는 장사”라는 불문율이 통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이 반전하자 할인을 발표하기 직전에 테슬라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온다. 지난해 9월 모델Y를 7만 7000달러에 구매했다는 미국의 한 소비자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그때보다 1만 3000달러 더 싸게 파는 테슬라의 할인은 절망감을 안긴다”며 “소비자로서 이용당한 것 같다. 다시는 테슬라를 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에서도 테슬라 차량을 먼저 구입한 소비자들이 환불 보상을 요구하며 반발하기도 했다.

미국 한 쇼핑몰에 걸려있는 테슬라 로고. 미국 내 자동차 할부 금리는 6.5%를 넘어서면서 고가 차량 구매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AP 뉴시스미국 한 쇼핑몰에 걸려있는 테슬라 로고. 미국 내 자동차 할부 금리는 6.5%를 넘어서면서 고가 차량 구매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고 있다. AP 뉴시스

테슬라가 갑자기 가격 인하로 정책을 선회한 것에는 전기차 시장에서 낮아지는 점유율을 만회하고자 한 의도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안방인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2020년 점유율 80%를 나타내다가 2021년 71%, 지난해에는 64%로 영향력이 줄어들었다. 시장조사업체 S&P글로벌은 향후 테슬라의 미국 시장 내 점유율이 25%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금리 인상에 따라 고가의 차량을 판매하는 것도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60개월 자동차 할부금리(오토론)는 지난해 상반기(1~6월) 4%대를 나타내다가 올해 들어 6.5%를 뛰어넘었다. 자동차 전문 매체 에드먼드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9~12월)에 신차를 산 소비자 중 한 달에 1000달러(약 125만 원) 이상, 신차 구매 원금과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인원 비중이 16%에 달한다고 했다. 2020년(6.7%) 대비 10% 포인트 가깝게 오른 것이다.

여기에 트위터를 인수한 머스크의 계속된 기행으로 테슬라 3대 개인 주주인 인도네시아 억만장자 레오 코건이 CEO 교체를 요구하는 등 단단하던 팬덤 층의 이탈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한 때 주당 1000달러를 넘어서며 ‘천슬라(테슬라+1000)’라고 불렸던 테슬라의 주가는 1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122.4달러로 마감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그룹을 포함해 전동화 속도를 높이고 있는 기존 완성차업체의 추격이 거센 상황에서 ‘테슬라만의 장점’이 점차 퇴색되어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