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우위의 시대는 저물 것입니다.”
최근 한 완성차 업체 임원이 올해 자동차 시장을 전망하면서 한 말이다. 완성차 공급량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는데 고금리 기조 장기화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며 자동차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자동차 업계는 수요 위축에 대응하기 위해 전기차 등 상대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을 공략해 수익성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2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지난해 각각 영업이익 9조8198억 원, 7조2331억 원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쌍용차도 4분기(10∼12월) 41억 원의 흑자를 내며 23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끝냈다. 8년 동안 적자 행진이던 한국GM도 손익 분기점에 다다른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호실적을 누렸던 자동차 업계의 올해 시장 전망은 썩 좋지만은 않다. 글로벌 경기침체 확산과 기준금리 인상으로 차량 구매 계획을 미루는 소비자가 늘며 자동차 구매 심리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딜로이트그룹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구매의향지수(VPI)는 5개월 연속 90선 미만에 머물고 있다. VPI 지수는 지난해 7월 119.3으로 정점을 찍은 뒤 8월 86.8대로 고꾸라지더니 10월엔 63.7까지 내려갔다. 현재 90선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자동차 구매 의향 자체가 반년 만에 20∼30% 정도 떨어졌다는 의미다. VPI는 2021년 10월(VPI 지수 100)을 기준으로 이를 상회하면 구매 의향이 증가한다는 의미이고 하회하면 구매 의향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차량 할부 금리가 높아지며 차량 인도를 포기하는 고객들도 늘고 있다. 딜로이트는 자동차 수요 감소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자동차 생산 차질이 올해는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에는 차량용 반도체 부족과 공급망 불안 등으로 자동차 생산에 차질이 생기며 차량 공급이 부족했었다.
생산 차질의 큰 원인이었던 차량용 반도체 공급 문제는 지속적으로 개선되는 추세다. 지난해 상반기 완성차 생산 차질의 90% 이상은 반도체 부족 때문이었다. 그러나 하반기(7∼12월)에 들어서며 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 비율은 60%대로 줄었다. 미국은 2021년 3분기(7∼9월) 코로나 이전 대비 70% 수준이던 생산량이 지난해 3분기 88%까지 회복했다. 2024년엔 반도체 부족 현상이 완전 해소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차량 구매를 원하는 고객은 줄고 차량 생산은 늘다 보니 업체들은 차량 할인과 할부 프로모션 등 판촉 방안을 강화하고 있다. 일부 차량에 대해 100여 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할인을 제공하고 일부 수입 브랜드는 1000만 원 이상 할인을 해주는 곳도 나왔다. 시중보다 저렴한 금리의 할부 프로모션은 물론 1%대 초저금리 할부를 진행하는 곳도 있다.
업체들은 올해 전기차 시장 공략 등으로 수익성 제고에 사활을 건다는 전략이다. 미국 포드와 스텔란티스 등은 전기차에 집중하면서도 인력 구조조정과 공장 투자 계획 재검토, 일부 시장에서의 철수 등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및 브랜드 리더십을 공고히 하면서 물량 확대보다는 수익성 중심 판매를 지속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