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6
길게는 1년 이상 걸리던 인기 차종들의 신차 출고 대기 시간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고금리 기조와 경기 침체 여파로 계약 포기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데다 반도체 등 부품 공급난이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는 데 따른 결과다. 완성차 업체들은 저금리 구매 할부 프로그램을 경쟁적으로 선보이면서 차량 판매 감소 방어에 나서고 있다.현대차의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한 달 만에 대기 기간이 16개월에서 12개월로 4개월 짧아졌다. 현대차 세단 판매 1위 모델인 그랜저도 지난해 말 계약자에 비해 현재는 출고 기간이 1∼4개월 정도 짧아졌다. 기아 K8은 1.5개월이면 차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들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기준 13개월 넘게 걸렸던 투싼 하이브리드의 대기 기간은 지금 계약하면 10개월로 3개월이 줄었다. 투싼 가솔린과 디젤 모델도 대기 기간이 4개월씩 줄었다.
고급 차종인 제네시스의 단축 폭은 더 극적이다. 제네시스 GV80 가솔린 2.5T는 지난달 계약 시 18개월이라는 안내가 현재 계약 시에는 10개월로 바뀌었다. 지난해 하반기 계약자들은 “30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는 얘길 들었던 모델이다. 전기차 아이오닉6의 대기 기간도 지난달 16개월로, 이달 들어서는 다시 13개월로 짧아졌다.
신차 구매가 조금 수월해진 것은 기존 계약자들이 대거 이탈하는 가운데 신규 계약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인해 차량 구매자금 대출이 어려워졌고, 할부 금리 역시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오르고 있어서다. 비정상적으로 올랐던 중고차 가격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가면서 신차 판매가 부진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완성차 업체들의 애간장을 태운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점차 완화되고 있는 영향도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수요와 공급 차이가 계속 줄고 있다. 대기 기간은 더 짧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달 1, 2일 신차 구매 시 기존 고정 금리가 아닌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와 연동되는 ‘변동금리형 할부’ 프로그램을 연이어 출시했다. 3개월 주기로 금리가 조정돼 추후 대출 금리가 떨어지면 소비자들은 그만큼 부담을 덜 수 있다. 지금의 금리 인상 기조가 3년 이상 지속되지 않을 것이란 전제에서다. 기아는 여기에 할부 기간과 유예율, 선수율(선 납입비율) 등의 구매조건을 소비자가 직접 설계할 수 있는 ‘커스텀 할부’ 상품도 함께 내놓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소비자가 고금리 시대에 각자의 사정에 맞춰 리스크 헤지(위험 회피)를 할 수 있는 선택지를 넓혔다”고 설명했다.
한국GM은 쉐보레 구매 고객에게 3.9%, 르노코리아는 차종과 할부 기간에 따라 2.9∼3.3%, 쌍용자동차도 선수율에 따라 무이자에서 4.9% 사이의 금리가 적용되는 프로그램을 내놨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