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코리아는 지난달 전체 차종의 구매 전(全)과정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판매 플랫폼을 상반기(1∼6월) 중 내놓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맞춰 정가제도 도입한다. 딜러(중개사업자)들은 역할이 달라진 만큼 명칭을 ‘큐레이터’로 바꾸기로 했다. 딜러들이 가격 흥정을 통한 판매 실적 경쟁보다는 신차 탁송과 제품 설명 등 서비스에 집중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2017년 테슬라의 국내 진출과 함께 닻을 올린 자동차 온라인 판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거친 뒤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자동차의 비대면 소비·결제 사례가 늘면서 딜러에 의존하던 시장이 구조적 변화기에 접어든 것이다.
지금까지 테슬라 외에 전면 온라인 판매 방식을 선택하고 있었던 것은 폴스타뿐이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1월 전기자동차 ‘폴스타2’를 출시하면서 국내에 처음 진출했다. 바꿔 말하면 기존 자동차 브랜드들이 아닌 신생 전기차 기업들의 전유물이었던 셈이다.
폴스타는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차량을 주문하면 서울, 경기, 부산, 제주 4곳의 스페이스(전시장)와 대전 핸드오버 박스(차량 인도 공간)에서 신차를 받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오프라인 상담 과정은 건너뛴다. 폴스타2는 지난해 테슬라를 제외한 수입 전기차 모델 중 가장 많은 2794대를 판매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BMW코리아는 온라인 계약과 대리점 본계약을 병행하는 온·오프라인 연계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2021년 9월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는 ‘메르세데스벤츠 스토어’을 개설한 벤츠코리아는 개설 초기 2.2%였던 온라인 신차 판매 비중이 지난해 5.6%까지 높아졌다.
BMW코리아는 2019년 말 개설한 ‘샵 온라인’을 통해 2020년 500대를 팔았고, 2021년에는 그 10배가 넘는 5251대를 판매했다. 지난해에는 온·오프라인 병행 방식 판매량이 6891대로 또다시 31.2%가 늘어났다.
지난달 경영 컨설팅업체 KPMG가 낸 ‘글로벌 자동차산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산업 경영진 915명 중 78%가 “2030년이 되면 대부분의 차량이 온라인으로 판매될 것”으로 내다봤다.
5년 전 수입차를 사려고 매장 서너 곳을 돌아다니며 진땀을 뺐다는 직장인 류모 씨(38)도 다음 차량을 구매할 때는 온라인을 활용할 예정이다. 류 씨는 “유튜브에 시승기가 넘쳐나고, 차량 기능에 대한 정보도 온라인 검색 몇 번으로 확인 가능해졌다”며 “굳이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가 구매할 필요성을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 딜러들의 반발이 온라인 판매 방식 안착에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현대자동차가 광주글로벌모터스(GGM)를 통해 위탁 생산하는 캐스퍼를 온라인으로만 판매하겠다고 밝히자 판매 노조는 “고용 안정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운영 마진이 25%가 넘는 테슬라의 온라인 판매 방식이 수익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는 제조사가 늘고 있다”며 “하지만 전통적인 딜러 체제를 완전히 뒤엎고 한순간에 온라인으로 대체할 순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