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대형 SUV 팰리세이드 증산이 속도를 내지 못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증산을 바라보는 노사의 시선이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사측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팰리세이드는 미국 수요가 높은 만큼 하루 빨리 생산량을 더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증산 자체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증산이 취소됐을 때 파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가운데 과거 증산에 따른 공장 비효율화를 경험한 노조원 다수가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사측과 구체적인 증산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차 울산4공장 노조는 대의원회의를 열고 팰리세이드 생산량 조정과 관련해 사측 요구안을 확정했다. 울산4공장에선 스타리아와 팰리세이드, 포터 등을 생산하고 있다.
사측은 미국을 중심으로 팰리세이드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노조에 팰리세이드 증산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앞서 2021년 노사는 수출용 팰리세이드 증산에 합의한 바 있다. 실제 이 차는 미국에서 한 해 8만대 이상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그러나 팰리세이드 실제 증산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습이다. 노조 내부적으로 증산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 공장 실무 부서에서 증산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울산 공장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울산4공장은 10여년 전 증산 때문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며 “당시 사측에서 증산 계획을 잡고, 특근을 유도했지만 막상 시장 반응이 좋지 않자 이를 전면 취소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사측이 갑작스럽게 생산 계획을 축소했고, 특근을 준비하던 생산직 노동자들은 휴가를 가야 하는 등 임시방편으로 대응해야 했다”며 “이 때문에 노조원 내부적으로 증산에 좋지 않은 기억들이 많다”고 말했다.
증산에 대한 노조의 요구 조건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노조는 팰리세이드의 시간당 생산량 확대에 동의하면서도 이는 한시적 조치라고 밝혔다.
동시에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향후 출시될 전기 SUV ‘아이오닉 7’ 물량을 울산 공장으로 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아이오닉 7은 아산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사측은 증산 관련 노조에 대한 압박 수위를 계속 높이고 있다. 급변하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 상황에서 최선의 대응책은 ‘적기 생산’으로 고객 이탈을 막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대차 울산공장 노사기획팀은 “지난해 반도체 수급난으로 고객 납기 지연이 계속됐지만, 올해 경쟁사 생산이 4월12일정상화되고 심지어 가격 인하까지 벌어지는 상황에서 고객들은 더 이상 우리 차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이미 노사는 2021년 증산하기로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사측은 이번 증산이 향후 고용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노조 측 주장도 일축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현재 고객 수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이는 미래 상황 악화를 자초하는 것”이라며 “노사가 증량을 결정하고 최대 특근을 통해 생산한다고 해도 수요 대응이 어려운 실정이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공급 방식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사 협의 지연으로 팰리세이드 공급이 늘지 않고 고객 이탈이 현실화하면, 회사는 공급 방식 다변화 등 특단의 조치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는 팰리세이드 생산 공장을 국내 다른 공장이나, 해외 공장으로 이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선 노사 양측이 입장차를 보이며 실제 팰리세이드 증산이 이뤄지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노조의 아이오닉 7 배정 요구나 사측의 공급 방식 변화 예고 등은 사실 현실화하기 힘들다”며 “경기가 좋지 않고, 미국에서 해당 차량의 인기가 지속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어 노사 양측이 한발씩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