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일산 킨텍스에서 개막한 ‘2023 서울모빌리티쇼’를 통해 사명 변경을 공식 선포하고 전기차 야심작 ‘토레스 EVX’를 처음 선보였습니다. 31일부터는 사전계약 접수도 시작했습니다.
토레스 내연기관 모델도 디자인적으로 매력적이었는데 토레스 EVX도 상당히 멋진 디자인으로 완성됐습니다. 토레스처럼 넓고 낮은 당당한 비율에 전기차 전용 디자인 요소가 더해졌는데요. 일자로 뻗은 점선 LED 램프가 눈길을 끕니다. 남성적인 인상을 강조한 내연기관 모델과 달리 세련된 느낌입니다. LED 램프 점선은 내연기관 라디에이터 그릴을 표현한 것처럼 보여집니다. 트림은 E5와 E7 2종으로 구성됐고 가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E5가 4850만~4950만 원, E7은 5100만~5200만 원 수준에서 책정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트림은 사양에 따라 구분되고 파워트레인 구성이나 성능은 동일합니다.
배터리는 독특하게도 중국 비야디(BYD) 제품을 사용합니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탑재됩니다. 그동안 한국에서 접했던 전기차와 배터리 셀 종류가 다른 제품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시리즈나 기아 EV 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EQ, BMW i 등 국내 판매 중인 전기차에는 대부분 삼원계라 불리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가 장착됩니다.
일반적으로 NCM 배터리가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행가능거리가 상대적으로 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주력으로 생산해 온 배터리 셀이기도 합니다. 반면 이번 토레스 EVX에 탑재되는 LFP 배터리는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주력으로 생산합니다. NCM 배터리보다 안전성이 우수해 화재 위험이 적고 생산단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합니다. 대신 에너지 밀도가 단점으로 주행가능거리는 NCM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최근에는 기술 발전으로 주행거리도 많이 개선됐다고 하네요. 테슬라도 일부 모델에 대해 LFP 배터리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KG모빌리티가 LFP 배터리를 선택한 이유는 가격경쟁력을 노린 것으로 짐작됩니다. KG모빌리티는 예상 가격대를 공개하면서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적용하면 3000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토레스 EVX 배터리 용량은 73.4kWh이고 최고출력은 204마력(150kW)입니다. 최고출력은 쉐보레 볼트EV나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 등과 동일한 수준입니다. 주행가능거리의 경우 아직 인증 전이지만 KG모빌리티는 한 번 충전으로 최대 500km가량 주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합니다. 공식 브로슈어에 큰 글자로 표시한 500km는 국내나 미국 기준이 아니라 유럽 WLTP 기준입니다. 바로 옆에 작은 글씨로 국내 자체 측정 기준은 420km라고 표기했습니다.
아직 토레스 EVX의 유럽 진출을 공식화하지 않은 시점(국내에 이어 해외 출시를 모색하기는 합니다.)에 WLTP 기준을 크게 표시했습니다. 국내나 미국보다 WLTP 기준이 더 길게 나오기 때문입니다. 단적인 예로 메르세데스벤츠 플래그십 전기 세단 EQS의 경우 WLTP 기준 최대 주행가능거리는 800km에 육박합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400km 후반대로 인증 받았습니다. EQS는 중국 CATL이 공급한 NCM 배터리 셀을 사용합니다. 400km 후반대도 현형 전기차로는 우수한 수치입니다. 하지만 WLTP 인증과 비교하면 손해가 꽤 큽니다. 다른 차종의 경우 WLTP 기준 500km가 국내 환경부 인증 시 300km가 넘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KG모빌리티 토레스 EVX의 경우 국내 연구소 자체 인증 기준이 420km라고 합니다. LFP 배터리로 국내 인증 420km를 달성한다면 상당히 우수한 수치로 볼 수 있습니다. 주행거리가 긴 것으로 알려진 삼원계(NCM) 배터리에 버금가는 수준입니다. 참고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의 경우 72.6kWh급 NCM 배터리가 탑재됐고 최대 주행가능거리는 429km로 인증 받았습니다. 토레스 EVX의 국내 주행거리 인증 결과가 기대됩니다.
지난 30일 서울모빌리티쇼 프레스데이 현장에서 곽재선 KG모빌리티 대표는 “토레스 EVX의 배터리를 공급하는 비야디는 여러 배터리 업체 중 실력이 우수한 편”이라며 “특히 안전성 측면에서 탁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많은 배터리 업체들이 리튬인산철 배터리 개발이나 생산을 추진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LFP 배터리 사용에 대한 우려는 없다”며 “비야디만 배터리 공급사로 거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고양=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