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르쌍쉐’(르노코리아, 옛 쌍용차, 쉐보레)라 불리는 국내 완성차 중견 3사가 암흑기를 뚫고 반등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13년 만에 현대차와 기아를 포함한 국내 5개 완성차 업체 모두가 올해 흑자를 낼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23일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지난해 매출 4조8620억 원, 영업이익 1848억 원을 기록하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2020년 연간 797억 원의 손실을 낸 지 2년 만에 재반등했다. 한국GM도 지난해 매출 9조102억 원, 영업이익 2766억 원을 달성하며 8년 만에 적자 수렁에서 벗어났다. KG모빌리티로 사명을 바꾼 옛 쌍용차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119억 원으로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4분기(10∼12월) 영업이익은 41억 원을 기록하며 2016년 4분기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흑자 전환을 했다. 쌍용차 내부에서는 올해 1분기(1∼3월)에도 흑자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3사의 실적 반등을 이끈 핵심 요인은 전략 차종의 등장과 비용 절감 노력이다. 우선 적자의 늪에 빠져 있을 때엔 보이지 않던 주력 차종들의 선전이 눈에 띈다. 르노코리아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M3가 핵심 수출 차종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XM3의 수출 실적은 2020년 909대에서 지난해 9만9166대로 100배 넘게 증가했다. 2020년 르노 부산공장에서의 위탁생산이 종료된 닛산 로그의 빈자리를 잘 메워주면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GM은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가 지난해 내수 1만4561대, 해외 15만5376대 등 총 16만9937대가 팔리면서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올해는 트레일블레이저 외에도 창원공장에서 생산하는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필두로 수출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한국GM은 올해 쉐보레 브랜드 외에도 캐딜락, GMC 브랜드 등에서 프리미엄 전기 SUV와 픽업트럭 등 신차를 출시할 예정이다.
새 주인인 KG그룹의 품에 안기면서 35년 만에 쌍용차에서 이름을 바꾼 KG모빌리티는 최근 토레스EVX 전기차를 공개했다. 전기 픽업트럭과 대형 SUV 등 신차도 개발 중이다. 티볼리 이후 히트작이 없었던 KG모빌리티로서는 가성비 높은 신차를 앞세워 반등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중견 3사는 모두 올해 비용 절감을 한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가성비를 앞세워 고객층을 공략하고, 비용을 줄여 최대한 마진을 높여가야 하기 떄문이다.
업계에서는 주력 차종의 등장과 더불어 우호적인 수출 환경이 조성된다면 2010년 이후 처음으로 국내 5개사가 모두 흑자를 내는 해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둔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판매량보다 10% 높은 수준인 752만 대를 올해 판매 목표로 세웠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의미다. 한 국내 완성차 업체 임원은 “일단 모든 회사가 전략 차종은 갖춰 놨다. 글로벌 경기가 불확실하긴 하지만, 비용 절감 노력과 수출 중심의 체질 개선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 가격 경쟁력이든 가성비든 품질이든 업체들의 장점을 극대화해 시장을 공략한다면 올해 5개사가 모두 만족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