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이 61억5600만 달러(약 8조2300억 원)로 전년 동월 대비 40.3% 늘면서 4월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차 수출액이 3개월 연속 20억 달러를 넘어섰다. 하지만 자동차를 제외한 반도체 등 주력 품목들의 수출이 줄면서 지난달 전체 수출액은 작년보다 14.2% 줄어들며 7개월 연속 감소세다. 이에 정부는 대중(對中) 수출 회복 전략을 마련하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서고 있다.
16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들어 4월까지 자동차 누적 수출액이 232억46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43.0% 늘어 역대 최대였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올 1분기(1∼3월) 합산 영업이익(6조4667억 원)은 세계 1위 도요타(6조580억 원)를 넘어섰다. 현대차와 기아의 1분기 합산 수출액(20조2865억 원)은 1년 전보다 49.5% 늘었다.
현대차그룹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친환경차 등 고부가가치 차량의 판매 비중을 높인 게 성장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올 들어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조사업체 JD파워의 내구품질조사(VDS)에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미국 진출 브랜드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2020년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선보이는 등 전기차 전환에 발 빠르게 대응한 것도 최근 호실적의 배경이다.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등 주력 전기차를 앞세워 현대차그룹은 1분기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판매량(11만9000대) 기준 세계 7위를 차지했다. 반도체 공급 부족이 개선된 데다 수출에 유리한 고환율이 지속되는 등 호의적인 대외 환경도 성장을 뒷받침했다.
하지만 자동차의 수출 호조와 달리 전반적인 수출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1년 전보다 14.2% 감소한 496억2000만 달러로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 연속 줄고 있다. 15대 주력 품목 중 자동차 등을 제외한 11개 품목의 수출액이 일제히 감소했다.
올해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1%대 저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수출 감소가 이어지자 정부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정부는 이날 제2차 ‘범부처 수출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라면, 스마트팜, 게임, 음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13개를 신규 유망 수출 품목으로 선정해 수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전기차, 고성능 메모리반도체, 액화천연가스(LNG)선 등 기존 주력 수출 품목 17개에 추가한 것이다.
정부는 유망 품목의 수출 보험료를 20% 할인하고 보험 한도를 최대 2배 늘리기로 했다. 수산물 수출기업에 최대 50억 원의 신규 융자를 제공한다. 수출 유망 품목 및 기업들에 금융, 마케팅, 컨설팅 등을 전방위로 지원한다.
특히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으로 7개월째 무역적자를 낸 중국 수출을 회복하기 위한 전략도 제시됐다. △1인 가구·유아동 △레저·웰빙 △식품 △콘텐츠 △온라인쇼핑 등 5개 부문에 걸쳐 중국 내 최근 소비 트렌드를 겨냥한 수출 품목을 전략적으로 지원한다. 1인 가구 맞춤 소비재, 프리미엄 유아용품, 캠핑용품, 애완용품, 수산물, 게임·방송·음악·영화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이날 수출상황 점검회의에서 “전기차, 이차전지, 바이오헬스 등 신성장 제조업의 중국 진출이 확대될 수 있도록 현지 특화 전기차 모델 출시 등 전략품목을 육성하고 마케팅 지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종=김형민 기자kalssam35@donga.com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