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적 제재가 이어지면서 현지 사업을 포기하는 완성차 업체들이 속속 늘고 있다. 주요 7개국(G7)이 강도 높은 추가 제재를 예고한 가운데 독일 폭스바겐은 최근 러시아 공장을 매각하고 사업을 철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공장 생산을 전면 중단한 현대자동차그룹은 시장 철수 여부에 대해 말을 아끼며 추이를 지켜보려는 모습이다. “다양한 경로를 모색 중”이라는 현대차의 입장은 인수 후보 물색과 복잡한 인수 협의 절차, 러시아 당국의 압박 등이 맞물려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지난 19일 현지 생산 시설인 칼루가 공장과 자회사 지분 매각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폭스바겐은 공장과 자회자 지분을 현지 딜러사인 아빌론 그룹 계열사 아트 파이낸스에 매각하기로 했는데 최근 러시아 정부가 이를 승인하면서 사업 철수가 가능해졌다.
구체적인 매각 가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는 폭스바겐이 지분 매각을 통해 1억3500만달러(약 1782억원)을 회수할 것으로 본다. 이는 2007년 칼루가 공장 건설에 8억2690만달러(1조960억원)를 투자한 것을 감안할 때 투자 금액보다 훨씬 적은 금액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도 지난달 현지 공장과 자회사 주식을 현지 투자자인 아브토톰에 매각하기로 했다. 다만 러시아에 대한 서방 제재가 해제될 경우 자회사 주식을 다시 살 수 있는 조항을 달아 지분을 매각했다. 벤츠는 러시아 모스크바에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해 3월부터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르노는 러시아 자동차 제조사 아브토바즈 지분 68%를 정리했고, 일본 닛산은 현지 공장과 연구 시설 등을 1유로에 러시아 국경기업에 넘긴 상태다.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BMW, 토요타도 지난해 현지 공장 생산을 중단하고, 러시아 시장에서 속속 발을 빼려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현지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현대차그룹은 러시아 시장에서 ‘버티기’와 ‘철수’라는 극명한 갈림길에 섰다. 현대차그룹은 완성차 업체들의 탈(脫) 러시아 흐름에도 사업을 철수하지 않았고, 현지 생산 시설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사업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자 최근 공장 매각설에 직면했다.
현지 공장을 카자흐스탄 기업에 매각할 것이라는 소문과 재가동할 것이라는 엇갈린 관측이 나오자 현대차는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며 확대 해석에 선을 그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전인 2021년 현대차의 러시아 점유율은 29%로 시장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쟁이 시작된 후 판매량이 급감하며 중국 업체에게 1위 자리를 빼앗긴 상황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