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출시된 한국GM의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인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CUV는 세단의 승차감을 최대한 유지하면서도 SUV의 공간활용성을 겸비하도록 설계된 차종이다. 한국GM 제공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한국GM에 있어 구원투수 같은 존재다. 세단 말리부와 경차 스파크가 단종되면서 최근 내수 실적이 안 좋았는데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반전됐다. 3월 22일 출시 이후 7일 만에 사전 계약 1만3000대를 돌파했다. 실제 판매돼 고객에게 인도된 물량도 4월에만 3072대에 이르렀다. 지난달 한국GM 내수 총 판매량의 58.7%에 이를 정도다. 지금 계약한 고객들은 6개월 이상 기다려야 인도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최근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몰고 경기 고양시에서 파주시까지 약 70km 구간을 시승해 보니 ‘어째서’ 인기가 있는지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기능을 찔끔 추가하고서는 가격을 올려받는 ‘카플레이션’(카+인플레이션)에 대한 불만이 많은데, 이 차량은 사회초년생들에게 적당한 모델이다. 지난해 신규 등록 차량 평균가가 4367만 원인 것을 생각해보면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가격대(2052만∼2739만 원)는 합리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필요한 기능은 꽉꽉 채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모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일단 외관은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성격을 절반씩 섞은 차종인 CUV의 특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앞뒤가 길고 높이는 낮은 디자인으로 차별화를 줬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앞뒤 길이를 뜻하는 전장이 4540mm로 경쟁 차종인 기아 셀토스(4390mm)나 현대차 코나 2세대(4350mm)보다 150∼190mm 길다.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차량 높이도 1560mm로 설계돼 코나(1590mm)나 셀토스(1600mm)와 비교해 살짝 낮다.
소형이지만 뒷자리의 편안함은 크게 흠잡을 데가 없었다. 뒷좌석에 편히 앉아도 무릎 앞쪽에 주먹 한두 개가량의 공간이 남았다. 앞뒤 바퀴의 축간 거리가 경쟁 차량 대비 4∼7cm 긴 덕이었다. 앞좌석에 앉았을 때는 11인치 크기의 중앙 디스플레이가 운전자를 향해 9도가량 기울어져 있어 내비게이션을 보거나 화면을 조작할 때 편리하게 느껴졌다.
6단 자동변속기를 물린 1.2L 터보 엔진이 적용된 것과 관련해선 주행감이 살짝 걱정되기도 했다. 요즘 소형 SUV들도 1.6L나 2.0L 엔진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출력 차가 크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한적한 낮 시간에 속도를 높여 자유로를 내달렸음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 고급 수입차처럼 단숨에 가속이 붙지는 않았지만 힘이 달려 답답하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다.
정차했을 때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걸리는 ‘오토홀드’ 기능이 전 트림에 적용된 것도 반가웠다. 신호대기 때 브레이크를 계속 밟고 있지 않아도 돼 편리했다. 요즘 출시되는 차량에는 오토홀드 기능이 대부분 들어가 있는데, 국내 출시 쉐보레 차량에는 이번에 처음 적용됐다.
다만 속도가 붙을 때 조수석에 앉아 있으면 다리로 차체 진동이 꽤 느껴지는 것은 아쉬웠다. 뒷좌석이 트렁크와 분리가 돼 있지 않아 약간 풍절음이 들리는 것도 단점이었다. 차량 내장재가 고급스럽지는 않다는 것도 2000만 원대 차량을 모는 입장에서 감수해야 할 점이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