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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의 시간’이 왔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입력 2023-06-08 09:03:00업데이트 2023-06-08 12:38:43
대한민국 첫 고유 모델 포니 역사 찾기에 나선 현대자동차가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49년 전 포니 설계 도면을 복원하고, 디자인 원작자 조르제토 주자로를 찾아가 유실됐던 포니쿠페 콘셉트까지 부활시켰다. 잔나비 밴드와 함께 포니를 위한 노래도 만들며 다시금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현대차는 7일 강남구 모터스튜디오 서울에서 ‘포니 더 타임리스’ 전시회를 열고 포니 부활을 자축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회장을 비롯해 김뇌명 전 해외사업본부장, 이수일 전 기술연구소장 등을 비롯해 포니의 시작에 많은 기여를 한 전현직 임직원 및 주요 현대차 임원진들이 자리를 빛냈다. 멀리 해외에선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 틸 바텐베르크 현대차 N브랜드매니지먼트모터스포츠사업부장 등도 행사장을 찾았다. 그야말로 총출동이다.

이날 오후 3시30분 즈음 모습을 드러낸 정회장은 포니 개발 원로를 찾아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정 회장은 “포니 개발에 힘써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며 “49년 전 포니가 현대차 발전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백발이 된 원로들은 “복원된 포니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며 “당시 포니 제작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엄청난 도전이었다”고 회상했다.

창립 56주년을 맞은 현대자동차그룹이 반세기만에 뿌리 찾기에 나선 이유는 명확하다.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전략이다. 헤리티지를 소중히 여겨야 품격을 얻고 그 위에서 혁신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의선 회장은 “‘아이오닉 6’가 세계 최고의 차로 인정받는 등 현대차는 업계 후발주자지만 현재 전동화 시장을 이끌고 있다”며 “이번 포니 복원 작업은 통해 과거 여정을 확인하고 어디서부터 발전해왔는지 살펴봄으로써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몽구 선대회장님의 뜻인 잘 사는 국가와 풍요로운 삶에 기여하기 위해 미래항공모빌리티나 로보틱스를 개발 중”이라며 “반세기전 포니를 통해 국가 기반을 다지고 지금의 비행 기술 개발을 하기까지 과거 선배님들 덕분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포니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자존심이다. 1973년 정부가 완전한 국산 자동차 생산을 부탁해 2년 만에 완성된 차다. 1967년 설립돼 차를 조립해 팔기만 하던 현대차에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었다. 하지만 정 창업주는 자동차는 ‘달리는 국기’라서 국산화가 절실하다는 생각이었다. 이탈리아로 날아가 당시 최고 자동차 디자이너 주자로에게 디자인을 맡겼다. 그렇게 탄생한 차가 ‘포니 쿠페 콘셉트’다. 이후 1976년 대한민국 고유 모델 제1호 포니가 나왔다.

오는 8월 6일까지 진행되는 ‘포니의 시간’에 가면 복원한 이 차 실물을 접할 수 있다. 콘셉트는 현대차가 1974년 이탈리아 토리노 모터쇼에서 선보였던 포니 쿠페 콘셉트를 원형 그대로 복원했다. 이번에도 원작자 주자로가 디자인 복원에 앞장섰다. 포니 쿠페 콘셉트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된 고성능 수소 하이브리드 롤링랩 ‘N 비전 74’도 같은 공간에 전시돼 그 의미를 더했다.

주자로와 복원을 주도한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 사장은 “양산으로는 이어지지 못했지만 그 시대에 스포츠카 계획은 놀라웠다”며 “현재 우리가 지향하고 나침반 역할을 해주는 차로 콘셉트 복원은 매우 흥미로운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 전 층을 하나의 전시 공간으로 마련해 포니가 겹겹이 쌓아 올린 시간의 층위를 따라 내려오는 형태로 전시를 구성했다. 5층에서 시작되는 전시의 첫 도입부에는 포니 탄생 당시 시대적 배경인 1970년대와 1980년대 수집된 수집품과 당시를 재해석한 영상, 음악, 회화 작품을 선보여 관람객이 당시 시대 상황을 생동감 있게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했다.

4층에는 포니의 첫 탄생부터 전 세계로 수출을 시작할 당시의 다양한 사료들을 전시해 두었다. 특히 이곳에서는 ‘현대 종합자동차 건설일기’가 인상적이었다. 사료는 40년 만에 박스에서 찾았다고 한다. 첫 장을 펼쳐보니 “나의 정성이 이제야 꿈이 이루어지고 실현되는구나”라며 “이 기록이 빛을 볼 날이 올 것”이라며 당시 현대차 공정을 수기로 자세히 기록돼 있었다.

포니 기록물들 복원을 맡은 이상현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는 “기초를 만드는 건 어려운 작업”이라면서 “시간이 지나면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생산부터 마감까지 기록된 포니 도면은 훼손이 심했다”며 “문화재가 그렇듯이 원형의 진정성이 핵심인데 이를 위해 형태와 기능적 복원에만 신경 써 결손물을 메워 평탄화 작업을 거쳤다”고 소회를 전했다.

전시의 마지막인 2층은 많은 국민들의 추억 속에 함께 했던 포니의 다양한 순간을 담은 이미지와 사람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긴 정주영 선대회장의 인본주의 정신을 되짚어볼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현대차는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사람을 위한’ 현대차의 시작과 발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역사도 함께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니의 시간 전시 관람을 희망하는 고객은 현대모터스튜디오 사이트에서 예약할 수 있다.

동아닷컴 정진수 기자 brjean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