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현대자동차그룹 사내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지난해 12월 분사한 모빈 관계자가 배송로봇 ‘M3’를 소개하고 있다. M3는 자체 개발한 특수 고무 소재의 바퀴로 계단을 자유롭게 오르내리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1. 스타트업 모빈의 배송 로봇 ‘M3’가 계단을 척척 오르더니 단상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자체 개발한 특수 소재 고무를 활용한 바퀴가 계단을 오를 때 유연하게 구부러진 덕분이다. M3가 가져다준 생수를 한 모금 마신 최진 모빈 대표는 “경쟁사들은 배달 지역을 평지로 한정해 제한된 공간에서만 서비스 중이지만 M3는 다르다”고 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사내벤처에서 분사한 모빈은 현대건설, 현대글로비스 등과 배송 로봇 시범 사업을 타진하고 있다.#2. 뷰메진은 드론에 장착된 고화질 카메라를 활용해 건설 품질 검사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이다. 사람이 직접 옥상에서 줄을 타고 내려와 건물 균열 등을 살펴야 하던 것을 드론이 대신 하는 것이다. 김도엽 뷰메진 대표는 “20층 아파트 1개 동마다 4일간 1억5000만 원이 소요되는 검사 시간 및 비용을 평균 5시간, 5000만 원으로 줄였다”고 소개했다. 뷰메진은 이미 현대건설과 포스코건설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2018년 현대차그룹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모빌테크 관계자가 현실 세계를 복사한 가상공간 ‘디지털 트윈’을 설명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15일 서울 마포구 호텔나루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현대차그룹의 ‘오픈 이노베이션 테크데이’에는 모빈과 뷰메진을 포함해 국내 스타트업 5곳이 나와 사업 현황을 설명했다. 2018년 투자를 받은 모빌테크는 가상공간에 현실 세계를 쌍둥이처럼 복사해 놓은 ‘디지털 트윈’ 기술을 내세우고 있다. 자율주행 정밀지도, 가상 본보기집 구축 등에서 현대차그룹과 협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으로선 투자로 인한 성과가 ‘신규 기술기업과의 파트너십’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현대차그룹은 또 사내 스타트업 제도를 통해 지금까지 30개사가 분사했다. 이들의 누적 매출액은 2800억 원, 신규 채용 인력이 800여 명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해외 벤처도 대상이 됐다. 2019년 현대차그룹 투자를 받은 크로아티아의 초고성능 전기차 업체 리마츠는 최근 기업 가치가 22억 유로(약 3조 원)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현대차·기아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 본격화한 것은 2017년부터. 올 1분기(1∼3월)까지 약 1조3000억 원을 투자했다. 2021년 약 1조 원을 들여 인수한 보행 로봇 개발 업체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비롯해 굵직한 기술업체들에 대한 인수합병(M&A) 투자는 제외하고서다.
분야별로는 모빌리티 서비스(7537억 원), 차량 전동화(2818억 원), 차량 통신(1262억 원), 자율주행(540억 원) 등 그룹 사업과 연관된 기업들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좀 더 가볍고 역동적인 환경을 지닌 스타트업에서 현대차그룹이 놓친 혁신 기술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량인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인공지능(AI), 양자기술 등 분야로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노규승 현대차그룹 제로원팀 팀장은 “현대차그룹이 가진 리소스(자원)가 부족한 부분들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협업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