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점거 등 불법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의 불법 행위 정도에 따라 배상 책임을 개별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에 대해 재계 등에선 “손해배상 청구를 원천적으로 제한한 것”이라며 “국회에 계류 중인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입법을 사실상 대법원이 했다”는 반발이 나왔다.
재판부는 “노조의 의사결정이나 실행에 관여한 정도는 조합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개별 조합원의 책임은 노조에서의 지위와 역할,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를 입힌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소송을 당한 노조원들은 2010년 11월 15일∼12월 9일 파업에 동참해 현대차 울산공장 일부 라인을 점거했다. 현대차는 이로 인해 공정이 278시간 동안 중단됐다며 파업 참여자 A 씨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 2심은 A 씨 등이 공동으로 20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공동 불법 행위자는 동일한 책임을 부담한다는 민법상 원칙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노조가 쟁의의 주체이고 관여 정도는 조합원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노조와 조합원의 책임을 절반씩으로 정하고, 조합원들에게 책임을 공동 분담시키는 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책임 제한을 개별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인정한 첫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대법원의 판단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에 직회부된 노란봉투법의 핵심 내용과 유사하다. 노조법 개정안 3조는 ‘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판결에 대해 “국회에 계류돼 있는 노란봉투법의 정당성을 대법원이 확인해준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법조계에서도 이례적 판결이란 목소리가 나왔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개별 행위자의 책임을 분리해 따지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게 훨씬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했다. 김영문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입법으로 처리해야 할 내용을 대법원이 판례로 정해 버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대법원 3부는 쌍용자동차가 금속노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배상금 33억1140만 원 중 18억8200만 원을 감액하라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2009년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금속노조가 진행한 ‘옥쇄파업’과 관련해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했지만 액수는 대폭 줄인 것이다.
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주애진 기자 jaj@donga.com
● 대법원 “조합원 책임 개별 평가 첫 판결”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5일 현대자동차가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재판부는 “노조의 의사결정이나 실행에 관여한 정도는 조합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개별 조합원의 책임은 노조에서의 지위와 역할,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를 입힌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소송을 당한 노조원들은 2010년 11월 15일∼12월 9일 파업에 동참해 현대차 울산공장 일부 라인을 점거했다. 현대차는 이로 인해 공정이 278시간 동안 중단됐다며 파업 참여자 A 씨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1, 2심은 A 씨 등이 공동으로 20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공동 불법 행위자는 동일한 책임을 부담한다는 민법상 원칙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노조가 쟁의의 주체이고 관여 정도는 조합원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노조와 조합원의 책임을 절반씩으로 정하고, 조합원들에게 책임을 공동 분담시키는 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조합원들의 책임 제한을 개별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인정한 첫 판결”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날 대법원의 판단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에 직회부된 노란봉투법의 핵심 내용과 유사하다. 노조법 개정안 3조는 ‘법원이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판결에 대해 “국회에 계류돼 있는 노란봉투법의 정당성을 대법원이 확인해준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 재계 “손해배상 청구 원천 제한”
이날 대법원 판결에 대해 재계는 즉각 반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판결 직후 논평을 내고 “파업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사용자가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불법 행위로 발생한 손해에 대한 조합원 개인의 귀책사유를 사용자가 입증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공동 불법 행위에 대해 참가자 전원에게 연대책임을 부과하는 민법 760조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측은 “대법원 판결에 대해 아쉽게 생각하며 산업계에 미칠 파장도 우려된다”는 입장을 내놨다.법조계에서도 이례적 판결이란 목소리가 나왔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개별 행위자의 책임을 분리해 따지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게 훨씬 까다로워질 것”이라고 했다. 김영문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입법으로 처리해야 할 내용을 대법원이 판례로 정해 버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대법원 3부는 쌍용자동차가 금속노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도 배상금 33억1140만 원 중 18억8200만 원을 감액하라며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2009년 구조조정에 반대하며 금속노조가 진행한 ‘옥쇄파업’과 관련해 손해배상 책임은 인정했지만 액수는 대폭 줄인 것이다.
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