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은 15일 ‘오픈이노베이션 테크데이’를 개최해 스타트업과의 상생 전략과 그간의 성과를 발표했다. 이날 행사에는 현대차그룹이 지원한 5개 스타트업이 참가해 결과를 공유했다.
그중 올해 초 현대차그룹에서 분사한 스타트업 ‘모빈’은 현장 기자들과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모빈은 배송 로봇을 제작하는 업체로, 계단을 비롯해 난이도가 높은 장애물들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모빈의 배송 로봇은 행사장에 설치된 높은 계단을 유연하게 올라가는 모습을 시연하며 기술력을 검증받았다. 배송 로봇의 프로젝트명은 ‘M3’로 전기 배터리를 완충하면 약 6시간 동안 활동이 가능하다고 한다. 현재 편의점 CU와 사업협의체를 구성하고 실제로 배송 업무를 하면서 실효성을 판단 중이다.
최진 모빈 대표는 “현재 CU와의 협업을 통해 M3는 일 평균 30건 정도 배송 업무를 하고 있다. 배송 로봇 한 대를 운영했을 때 우리는 연간 2700만 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송 로봇을 운영하는 업장 입장에서도 배달 인건비와 그 외 파생되는 교통사고 등 리스크를 줄일 수 있어 상호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고 본다. 향후 구독 서비스를 도입해 로봇을 렌탈해 쓰는 업주들의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M3 배송 로봇은 운행 속도, 관련 법규 등을 고려했을 때 장거리 배송은 당장 어렵겠지만, 아파트 상가 내 단지 간 배달이나 가까운 건물 사이 배송은 현재도 가능한 기술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견고해 보이는 로봇이지만 넘어졌을 때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기능은 아직 구현하지 못했다고 한다. M3 로봇은 약 90kg으로 기자가 넘어트려 보려고 시도했으나, 무게가 상당히 무겁고 중심이 잘 잡혀 있어 쉽게 흔들리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넘어뜨리거나 전복시키지 않는 이상 넘어지는 일은 극히 드물 것으로 보인다.
현장에서 로봇을 조작하던 조선명 모빈 디렉터는 “M3보다 작은 로봇을 만드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큰 로봇을 보면 사람들이 무서워하거나 거부감을 느낄 수 있고,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공간을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최적화된 크기의 로봇을 제작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빈은 실제로 로봇 제작 원천 기술을 갖고 있어 크기를 늘리거나 줄이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한다. 부피가 큰 박스나 양이 많은 음식을 배송하려면 현행 M3보다는 조금 더 커질 필요가 있어 보였다.
추가로 최 대표는 “배송 로봇뿐만 아니라 도로에서 사용하는 ‘신호수 로봇’의 수요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실제로 도로공사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면서 안전도가 크게 높아져 고객의 만족도가 높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는 2024~2025년 M3 로봇의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력을 높여 관련 산업의 도움이 되는 기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모빈은 향후 현대건설, 현대글로비스와도 배송 로봇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동아닷컴 김상준 기자 k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