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다이칸야마 티사이트’의 쓰타야 서점 안에서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오른쪽)이 다카하시 야스노리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 사장과 함께 현대차 ‘아이오닉 5’를 두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해 ‘무공해 차량’을 중심으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드는 서비스를 마련하기로 했다. 일본에 다시 진출한 후 내세운 친환경차 라인업, 온라인 전용 판매 등 차별화 전략에 ‘라이프스타일’ 제안까지 추가하는 것이다.현대차는 일본 라이프스타일 콘텐츠 기업 ‘컬처 컨비니언스 클럽(CCC)’과 무공해차량(ZEV) 모빌리티 라이프스타일 선도 및 공동 서비스 발굴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22일 밝혔다.
CCC는 ‘문화 인프라를 만드는 기업’이라는 경영 철학을 가진 곳이다.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서점’으로 알려진 쓰타야(蔦店) 등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콘텐츠 사업을 펼치고 있다. 현대차는 “양사의 기업 철학에 내포된 ‘사람 중심’이란 공동 비전에 서로 공감하면서 협약이 성사됐다”고 전했다.
두 회사는 신개념 모빌리티 서비스, 데이터 기반 마케팅, 글로벌 체험 플랫폼 구축 등 3개를 주요 협업 분야로 정했다. 현대차는 우선 23일부터 CCC가 운영하는 일본 도쿄 ‘다이칸야마 티사이트’에서 차량 공유 서비스 ‘모션’을 운영한다. 소비자들은 다이칸야마 티사이트에 마련된 현대차의 충전 설비를 사용하고, 전기차 ‘아이오닉 5’ 공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현대차는 CCC의 다른 영업점으로도 이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두 회사는 현대차가 보유한 차량 데이터, CCC의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마케팅도 진행한다. 나아가 다양한 소비자가 더욱 풍부한 전기차 경험을 할 수 있는 ‘전기차(EV) 체험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일본은 물론이고 아세안과 세계 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체험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모빌리티(이동 수단)와 콘텐츠 기업의 협업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차별화된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해 2월 일본 재진출을 발표하고 같은 해 5월부터 판매에 돌입했다. 다만 일본은 수입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낮아 단기간 내에 판매량 증가를 기대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는 지난달까지 1년여간 총 682대를 팔았다.
다만 현대차는 단기 실적보다 중장기적 판매 증진을 노리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 보급률이 낮은 전기차를 전면에 내세워 친환경차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번 CCC와의 협업 역시 친환경에 관심이 큰 소비자들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오프라인 매장 없는 온라인 판매와 집 앞에서도 공유 차량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 ‘모션’ 등도 현지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달에는 전기차 특징에 맞춰 보증을 강화한 ‘현대 어슈어런스(보험) 프로그램’을 새로 선보이는 등 차별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시장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만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반짝’ 판매 증대를 일으키기보다는 일본 시장에 서서히 스며들겠다는 전략을 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