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올해 상반기(1∼6월) 총 157만 대의 차량을 판매하며 역대 상반기 최고 판매량 기록을 갈아 치웠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견고한 성장세와 친환경 차량의 판매 호조가 역대급 성적을 만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아는 고성능 전기차 등을 앞세워 하반기(7∼12월)에도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3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기아는 올 상반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0% 증가한 총 157만5920대를 팔았다. 국내 시장에서는 29만2103대, 해외시장에서는 128만1067대를 팔았는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5%, 10.8% 늘어난 수치다.
올 상반기 기아의 성장세를 이끈 건 SUV 모델들이다.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차량은 스포티지로 26만485대가 팔렸고, 셀토스와 쏘렌토가 뒤를 이었다. 기아의 핵심 시장인 미국의 경우 스포티지가 7만1889대, 텔루라이드 5만5284대, 쏘렌토는 4만2807대가 팔렸다. 기아가 미국에서 판 차량 중 SUV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67.8%에서 올해 상반기 71.7%로 늘었다.
현대차 판매량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 상반기 현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8% 증가한 총 208만1462대를 팔았다. 국내 판매는 39만655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6% 증가했다. 해외 판매는 168만4912대로 전년 동기 대비 9.1% 늘었다.
기아의 성과는 품질과 마케팅, 라인업의 다양화 등이 종합적으로 어우러진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기아와 현대차가 몇 년 사이에 내외부 디자인이나 인포테인먼트 기능에서 상당히 발전하며 사고 싶은 차 반열에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양해지는 소비자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라인업을 갖춘 것이 장점”이라며 “SUV는 세단보다 남는 것이 더 많은 고부가가치 모델인 만큼 판매 실적이 재무 개선과 투자로 이어지면서 선순환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살아나는 분위기도 판매량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시장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 팔린 차량이 770만 대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상반기 판매량 예상치는 650만 대 수준이었지만 금리 및 물가 상승에 대한 불확실성이 줄고 차량용 반도체 등 공급망 불안이 점차 안정화되며 판매량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차량 가격이 진정되며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촉진한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
업계에서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차량 판매 여부가 하반기 성적표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는 조만간 첫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5 N을 내놓을 예정이다. 기아는 하반기에 미국 시장에서 3열 전기 SUV인 EV9을 내놓으면서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할 계획이다.
에릭 왓슨 기아 미국판매법인의 영업 담당 부사장은 “팬데믹으로 인해 부품 공급난에 빠졌던 모델들의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다. 3열 전기 SUV인 EV9이 곧 출시될 예정이라서 성장 모멘텀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