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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에 IRA 수혜… 멕시코로 몰려가는 글로벌 전기차업체

한재희 기자
입력 2023-07-07 03:00:00업데이트 2023-07-07 03:00:00
글로벌 전기차업체들이 미국 남쪽 멕시코로 몰려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금과 풍부한 노동력으로 자동차 산업을 키워가고 있던 멕시코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수혜를 받으면서 전기차의 핵심 생산기지로 떠오른 것이다.

로이터는 5일(현지 시간) 독일 아우디가 이달 중 멕시코 푸에블라주 산호세 치아파에 있는 아우디 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시설 확장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해당 공장은 2016년부터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5’ 등을 생산해 온 곳이다. 로이터는 아우디 본사 경영진들도 발표 현장에 참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지난달 “푸에블라에 형성된 자동차 산업 생태계에 곧 더 많은 투자가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독일 아우디 본사 대변인은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신중한 입장이지만 멕시코 투자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은 최근 앞다퉈 멕시코에 생산 설비를 늘리고 있다. 미 테슬라는 올 2월 멕시코 누에보레온주에 새 공장을 지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독일 BMW도 같은 달 멕시코 산루이스포토시주에 약 8억 유로(약 1조700억 원)가 투입될 전기차 생산 공장 구축 계획을 공개했다. 미 제너럴모터스(GM)는 2024년부터 멕시코 코아우일라주 공장에서 전기차만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포드는 올 1분기(1∼3월)에 멕시코 쿠아우티틀란 공장의 머스탱 마하-E의 생산능력을 연간 21만 대까지 늘렸다.

멕시코가 이토록 각광받는 데는 IRA의 영향이 크다. 최대 7500달러(약 1000만 원)의 보조금을 받으려면 미국, 캐나다, 멕시코 등에서 전기차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은 2020년 발효됐다.

멕시코는 상대적으로 값싼 노동력이 풍부하다. 올해 멕시코의 최저시급은 1.4달러다. 미국(7.2달러)의 20% 수준이며 중국(3.1달러)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세계 10위(약 1억3000만 명)의 인구 대국인데 평균 연령이 29.3세로 젊은 국가이기도 하다. 여기에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리튬 매장량이 글로벌 10위에 해당하는 점도 멕시코를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고 있다.

자동차 생산 인프라도 탄탄한 편이다. 멕시코에는 굴지의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 시설을 갖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할 자동차 부품 회사들도 2000여 곳에 이른다. 지난해 기준 멕시코의 연간 자동차 수출은 284만 대로 전 세계 3위를 차지했다. 자동차 생산량 기준으로는 지난해 331만 대로 7위를 차지했다. 한국(376만 대)은 5위였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업체들이 멕시코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향후 자동차 생산량에서도 한국을 추월할 가능성이 있다”며 “2030년까지 글로벌 미래차 3강 도약을 목표로 내건 한국과도 치열한 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