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혜 이컨슈머(전 석유시장감시단) 대표
1만811개 vs 23만2845개.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전체 자동차(2575만7201대)의 1.8%인 46만4928대다. 전기차 충전기는 23만2845개로 전기차 2대당 1개가 설치되어 있다. 반면 내연기관 자동차를 위한 주유소는 1만881개가 설치돼 있다. 약 2200만 대의 내연기관 자동차 이용자들은 기름 넣기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다. 주유소당 주유기가 평균 10대 설치되었다고 가정해도 충전기는 이미 주유기의 2배 이상 설치돼 있다. 그런데 왜 전기차는 충전이 불편할까?
그동안 충전기는 사업자의 비즈니스 모델보다는 환경부 보조금에 따라 보급돼 왔기에 설치 편의성이 사용 편의성보다 우선시되었다. 또 완속 충전기의 설치 비율이 월등히 높아 충전 및 대기 시간이 길다. 이에 따라 전기차의 최대 주행거리가 증가하고 충전기가 많이 보급되었음에도 집, 직장에서 쉽게 충전할 수 없었다. 이동 중에 충전이 필요한 경우 전기차 이용자는 공용주차장이나 모르는 건물 지하에 설치된 충전기를 찾아가야 한다.
급속 충전기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사용자의 패턴과 국내 에너지 수급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급속 충전기는 전체 충전기의 10%지만 급속 충전은 완속 충전보다 충전전력량이 10배 이상 많다. 또한 시간대별 전기자동차 충전전력량도 급속 충전은 낮 12시부터 오후 4시 사이, 완속 충전량은 오후 7시부터 오전 4시까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급속 충전기의 충전전력량은 전기 사용량이 많은 낮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급속 충전기의 보급을 급격하게 확대하면 국내 전력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특히 도심에서 더 심각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도심 속 주유소를 활용하여야 한다. 도심의 주유소를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으로 전환한다면 찾기 쉬운 곳에서 전력 수급 불균형 없이 전기차 충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최근 위험물 안전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주유소에 연료전지를 설치할 수 있게 되었다. 향후 수소를 연료로 하는 연료전지에서 생산한 전기까지 판매할 수 있게 된다면 전기차 충전과 더불어 인근 수요지에까지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도심형 분산 발전의 모델이 될 것이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이 안정적으로 확산하려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 주유소 전환 금융 지원뿐 아니라 수요지 인근 소규모 연료전지 발전기 우선 구매 의무, 수소 발전 입찰시장 물량 확대 등 에너지 신산업에 참여하려는 주유소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확대는 단순히 충전기 수 증가가 아닌 실질적인 소비자 접근성, 편의성 증대에 기여할 것이다.
이서혜 이컨슈머(전 석유시장감시단)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