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미국에서 차량 절도 행각을 방지하기 위해 대대적인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 나선다.
지난해부터 10대를 중심으로 현대차·기아 차량을 훔치는 일명 ‘도둑질 챌린지’가 확산한 데 따른 대응 차원이다. 이번 도난 방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시행으로 ‘도난 취약 차량’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8일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는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차량 도난 방지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위한 모바일 서비스 센터를 가동했다. HMA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피해를 예방하는 것이 목표”라며 “빠른 업데이트를 위해 딜러 네트워크에서도 해당 서비스를 병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상 차량은 ▲액센트(2018-2022년형) ▲엘란트라(2011-2022년형) ▲엘란트라 GT(2013-2020년형) ▲제네시스 쿠페(2013-2014년형) ▲코나(2018-2022년형) ▲팰리세이드(2020-2021년형) ▲싼타페(2013-2022년형) ▲싼타페 스포츠(2013-2018년형) ▲싼타페 XL(2019년형) ▲쏘나타(2011-2019년형) ▲투싼(2011-2022년형) ▲벨로스터(2012-2017·2019-2021년형) ▲베뉴(2020-2021년형) 등 13종이다.
현대차는 지난 2월에도 기아와 함께 830만대를 대상으로 무료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진행한 바 있다. 올해 3월에는 차량 도난 방지 장치인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장착되지 않은 2021년 11월 이전 차량 차주들에게 도난 방지 핸들 잠금장치를 무상 배포하기도 했다.
미국에서 절도 대상이 된 현대차 차량들은 도난 방지 장치인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없는 모델이다. 이모빌라이저는 자동차 열쇠 손잡이 등에 특수암호가 내장된 반도체를 넣은 것으로 암호 신호가 엔진과 일치해야 시동이 걸린다. 열쇠 없이 차문을 열더라도 시동을 걸 수 없어 효과적으로 도난에 대비할 수 있다.
현대차는 2015~2021년 생산된 차량에 이모빌라이저를 기본 설정이 아닌 고객이 비용을 부담하는 옵션으로 제공했다. 이후 해당 차량의 도난 사고가 급증하자 뉴욕·시애틀 등 일부 도시는 “시와 소비자가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금전적 손해를 봤다”며 현대차와 기아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모빌라이저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이 없다”며 항변했지만 결국 지난 5월 피해 차주들에게 총 2억달러(2600억원)를 보상해주기로 합의했다. 이를 두고 일부 현지 매체에서는 미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현대차를 견제하기 위해 희생양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