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자동차 간판 회사인 현대자동차그룹과 도요타가 상반기(1∼6월)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상반된 성적표를 받았다. 도요타는 글로벌 판매량 1위를 유지했지만 미국,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영향력이 줄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선진 자동차 시장에서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달성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31일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2분기(4∼6월) 실적 발표를 종합하면 도요타는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5.5% 늘어난 541만9841대를 팔았다. 현대차그룹은 10.9%가 증가한 365만7563대를 판매해 독일 폭스바겐그룹(437만2000대)에 이어 3위에 올랐다.
글로벌 판매량에선 도요타가 176만 대 이상 현대차그룹을 앞서 있지만 주요 시장별 판매 현황을 살펴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서 각각 상반기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하며 현지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이날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오토모티브뉴스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전년 대비 15.2%와 18.3%늘어난 42만5847대와 39만4333대를 팔았다. 현대차그룹의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포인트 높은 10.6%다. 이 기간 순위도 스텔란티스(10.5%)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같은 기간 도요타는 미국 판매량이 0.7% 줄어들면서 점유율도 13.5%로 전년 동기보다 1.8%포인트 낮아졌다. 미국 시장 내 ‘빅4’(GM, 도요타, 포드, 현대차그룹) 중 판매량이 감소한 건 도요타가 유일하다.
또한 유럽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은 상반기에 3.3% 늘어난 57만5432대를 팔며 2.8% 증가에 머문 도요타(54만7655대)를 제쳤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판매량은 상반기 기준 유럽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이다. 현대차와 기아 전기차(BEV)의 유럽 합산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8.6% 감소한 1만240대에 그쳤지만 지난해 연간 1만 대 미만(7554대) 판매에 그친 도요타보단 훨씬 앞서 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전기차 전환에서 앞선 현대차그룹이 순수 전기차를 앞세워 글로벌 핵심 자동차 시장에서 더 높은 확장성을 보이는 형국”이라며 “수익성 면에서도 1분기(1∼3월)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10.0%와 13.0%를 기록하며 도요타(7.5%)를 뛰어넘는 등 상반기까진 내실 있는 성장에서 도요타를 앞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