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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성장세 ‘감속’… “각국 보조금 축소에 재고 늘어”

김재형 기자
입력 2023-08-09 03:00:00업데이트 2023-08-09 04:28:28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전기차(EV) 판매 속도가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중국을 비롯해 전기차 판매 보조금 정책을 폐기하는 나라들이 늘어나는 데다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위축 정도가 예상보다 강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8일 다올투자증권은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올해 각각 33만 대, 26만 대의 순수전기차(BEV) 판매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놨다. 1∼7월 누적 기준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현대차가 16만8000대, 기아가 11만6000대로 각각 연간 목표치의 50.9%, 44.6% 수준이다.

목표 달성을 비관적으로 본 근거로는 미국, 유럽 등 각 지역에서 양 사가 딜러들에게 제공하는 판매장려금(인센티브)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인센티브는 딜러가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는 할인 혜택에 활용되며 보통 재고가 많아졌을 때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 실적 발표에서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부사장)은 “하반기(7∼12월) 인센티브는 전기차 중심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재고 증가도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의 신호다. 자동차 시장조사 기관 콕스오토모티브 등에 따르면 상반기(1∼6월) 북미 전기차 재고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9만여 대로 파악됐다. 이 기간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대수는 55만7330대로 전년 동기 대비 50% 늘어났다. 지난해 상반기 증가율 71%보다 21%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각국 전기차 보조금 정책의 폐지·축소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올해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했고, 독일과 노르웨이, 스웨덴 등 유럽 지역에선 세액공제 혜택과 구매 보조금 수준을 낮췄다. 경기 침체와 테슬라발(發) 가격 인하 경쟁으로 소비자들의 관망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결과적으로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434만 대로, 작년 상반기보다 40.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전년 대비 61.2%였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