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직원들이 구매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 원자재의 데이터를 확인하는 모습. CJ제일제당 제공
CJ제일제당은 6월경 슈퍼 엘니뇨 예측으로 옥수수 선물 가격이 크게 들썩이며 패닉 바잉 흐름이 나타나자 오히려 선물 확보 시기를 늦춰 고점 구매를 피했다. 이런 과감한 의사 결정의 배경에는 2019년부터 자체적으로 구축해온 데이터가 있었다. ‘글로벌 MI(마켓 인텔리전스) 대시보드’라고 불리는 시스템을 만들어 원당, 옥수수, 밀 등 주요 원재료 관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 온 것. 축산 사료로 많이 사용되는 옥수수의 경우 미국 주요 경작지별 누적 강수량 데이터를 비교해 단위 면적당 생산량과 가격을 예측하는 식이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17일 “당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엘니뇨가 발생해도 농산물 작황이 무조건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품목별로 편차가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고 말했다.국내에도 빈번하게 발생하는 집중호우와 미국 남서부 지역 및 서유럽의 폭염 등 기후 이상이 일상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런 기후 변화에 따른 원자재 가격 흐름을 예측해 대응하거나 아예 기후 관련 기술을 개발해 핵심 비즈니스로 내세우고 있다. 기후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거나 신규 사업 기회로 삼아야 생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자동차가 개발 중인 ‘외부 열 관리 스테이션’의 개념도. 전기차 배터리의 열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따뜻한 냉각수와 차가운 냉각수가 주입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는 다양한 기상 환경 조건에서도 전기차가 내구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로부터 모든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배터리 효율이 가장 큰 경쟁력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배터리는 외부 온도가 너무 높거나 낮을 경우 성능이 저하되고 충전 속도가 느려진다. 현대차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부 열 관리 스테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전기차를 충전할 때 외부 열 관리 스테이션이 배터리 상태를 파악하고 필요한 온도의 냉각수를 차량 내부에 주입하는 역할을 하는 게 목표다. 현대차 관계자는 “겨울철 외부 열 관리 스테이션에서 공급받은 냉각수로 배터리 온도를 관리하면서 급속 충전할 경우 기존 열 관리 방식과 대비해 충전 시간을 40% 이상 단축할 수 있다”며 “극한 환경에서도 자동차가 정상적으로 운행되도록 하는 것은 모든 자동차 회사들의 과제”라고 말했다.
기후 변화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 기술과 서비스를 내놓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2020년 12월 코스닥에 상장한 인공지능(AI) 기업 알체라의 산불감시 솔루션 ‘파이어스카우트’는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과 호주 등에서 산불을 예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가뭄과 강풍 등으로 산불이 대형화되고 피해 규모가 커지면서 산불 조기 감지의 중요성이 커지자 해외에서도 주목을 받은 것이다.
파이어스카우트는 AI가 실시간으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산불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화재 연기를 감지하고 대응 인력에게 알림을 전송한다. 실제 파이어스카우트는 2021년 캘리포니아주 소노마 카운티에서 수백 건의 초기 산불 연기를 감지해 산불 확산을 방지했다.
에이아이에스(AIS)도 새롭게 주목받는 애그테크 기업이다. 폭염과 폭우 등으로 노지 재배는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 AIS가 출시한 노지 스마트팜 플랫폼 ‘잘키움’은 데이터를 분석해 수확량을 증가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하루 단위로 기상과 토양, 작물, 생육 단계 등을 분석해 필요한 물과 비료의 양, 수확일 등의 정보를 농가에 제공하는 것이다.
AIS 관계자는 “홍수에 따른 피해를 대비하기 위해 우선 파종 전 지형과 토양, 작물의 특성에 맞춰 배수로 세팅 방법을 알려주고, 이 외 다양한 기후 시나리오 데이터를 기반으로 작물의 생육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