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불황에도 불구, 미래차 메모리 시장 선점을 위한 본격 경쟁을 시작했다. 당장 시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양사 모두 미래차 시장에서 앞날을 도모하는 모습이다.
6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차량 한 대당 58.8GB(기가바이트) 수준이었던 D램 수요는 2027년 165.5GB로 3배가량 늘었고, 낸드 수요 역시 71.3GB에서 2027년 157.6GB까지 빠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고성장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전장화 추세와 연관이 있다.
자율주행을 위한 운전자보조주행시스템(ADAS)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생성하고 처리해야 한다.
구글에서 개발 중인 자율 주행 자동차는 초당 1GB의 데이터를 생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기준 자동차 운전자 연평균 주행시간 600시간에 대입하면, 차량 한 대당 연 2PB(페타바이트·1TB의 1024배)가 만들어진다.
이미 내비게이션이나 블랙박스 등은 차량 내 메모리 핵심 사용처로 자리 잡았다.
앞으로 반사된 빛을 통해 주변 사물의 형태 및 거리를 측정하는 라이다(lidar), 트랙션 컨트롤(traction control), 셀프 주차(self-parking) 등과 같은 운전 보조 시스템 등의 보급이 빨라지면 메모리 활용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여기에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에서 완전 자율 주행으로 전환되면, 자동차는 이제 교통시설이라기보다 여가시설에 가까워진다.
이에 최근 스트리밍 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모바일 데이터 저장 수요가 성장하는 것처럼, 자동차 저장장치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10년 내 고속도로 위 절반은 자율주행차”…車 메모리 고성장
완전 자율 주행으로 전환하는 것은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운전자 개입이 필요한 레벨 3기능(조건부 자동화)을 갖춘 자동차가 2024년에는 도로 위를 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향후 5~10년 내에 고속도로를 주행하는 차량의 50% 이상은 자율주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차량용 메모리 시장은 2021년 43억 달러에서 2027년 125억 달러로 연평균 20% 이상 고성장이 예상된다.
차량용 반도체는 그동안 저부가가치 시장으로 평가 받았지만, 차량용 메모리 수요가 다양해지면서 새 시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예를 들어 내비게이션 등의 경우 대역폭이 100~200MB/s 수준으로 첨단기술이 필요 없고, 제조 비용이 저렴한 eMMC(임베디드 멀티미디어 컨트롤러)를 저장장치로 주로 활용해왔다.
하지만 데이터 처리 속도, 용량은 물론 데이터 무결성, 신뢰성 등 다양한 고객 요구사항이 커지고 있다. 이에 전력 사용량은 적고, 읽기 속도 성능은 빠른 UFS(유니버셜 플래시 스토리지) 등 새로운 저장장치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D램 역시 데이터처리량이 늘면서 저전력 D램 뿐 아니라 HBM D램 사용이 확대될 예정이다.
◆선두권 경쟁 치열…삼성·SK하닉, 두각 나타낼까
욜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차량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미국 마이크론이 45%로 1위고, 삼성전자가 13%, SK하이닉스가 7% 수준으로 아직 격차가 크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만큼, 이 시장의 왕좌를 노리는 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세계 4대 모터쇼 ‘IAA 모빌리티 2023’에 처음 참가한 데 이어 6일(현지 시각)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소(DS미주 총괄)에서 JEDEC(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가 주관하는 ‘오토모티브 일렉트로닉스 포럼’에도 참가한다.
삼성전자는 이번 행사를 통해 글로벌 자동차 OEM 및 업계 전문가를 대상으로 차량용 반도체 관련 전 제품을 소개하고 차량 간 연결성, 자율주행 등을 위한 메모리 솔루션 전략을 소개한다.
SK하이닉스도 기조연설을 맡아 자동차의 자율화·전동화 추세 속에 고성능·대용량 메모리의 중요성을 알리고, 회사의 보안 솔루션 기능도 소개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