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배터리 소재 사업 개요
글로벌 경기 침체와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2차 전지(배터리) 공급망의 불안정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외 관련 기업들은 배터리 격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략 모색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트로이카드라이브’ 전략을 내세운 고려아연 역시 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 자원순환 등과 함께 ‘배터리 소재’를 3대 축으로 삼고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 추진 방식은 기술 경쟁력을 앞세운 정공법을 택한 모습이다. 각종 금속 제련사업을 통해 축적한 압도적인 기술력을 기반으로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다.○ ‘올인원 니켈 제련소’ 건설… 美 IRA 등 규제 맞춤 공급망 구축
고려아연은 차별화된 품질을 갖춘 소재 생산에 중점을 두고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을 전개해왔다. 생산 공정과 기술은 물론 공급망 등 거시적 관점에서도 경쟁력 확보에 공을 들였다. 최근 발표한 5063억 원 규모 ‘올인원 니켈 제련소’ 투자계획은 그동안 쌓아온 경쟁력이 집약된 성과로 볼 수 있다. 고려아연은 선제적으로 배터리 핵심소재인 니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환경 친화적이고 혁신적인 제련 공정 연구에 힘써왔다.그 결과 현재 고려아연 니켈 제련소는 건습식융합공정(Pyro-hydro process)을 통해 니켈을 함유한 모든 원료를 수요자 니즈에 맞춰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에너지 사용과 폐기물을 최소화를 병행해 세계 최고 수준 수익성을 구현하고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발효와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 등 글로벌 규제 및 정책 강화, 탈(脫) 중국에 중점을 둔 공급망 변화 등이 예상되는 시기에 고려아연은 해외우려기관(FEOC, Foreign Entity of Concern) 영향력을 견제하면서 근본적으로 글로벌 경쟁 우위를 확보한 것이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해당 올인원 니켈 제련소는 연간 4만2600톤(금속량 기준) 규모 니켈 생산이 가능하다. 황산니켈 생산 자회사인 켐코(KEMCO)의 연간 생산능력인 2만2300톤을 합치면 고려아연 니켈 생산능력은 연간 총 6만5000톤에 달하게 된다. 올해 기준 세계 2위 규모로 중국을 제외하면 세계 1위 황산니켈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고려아연이 50년 역사 제련사업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업 초기부터 배터리 핵심소재를 관통하는 밸류체인 구축에 주력한 것이 경쟁력 확보에 주효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을 통해 니켈과 코발트, 망간, 리튬 등 원료광물을 추출하고 제련 부산물인 황산을 사용해 황산니켈 등을 제조해 양극재 기초재료인 전구체 및 동박 생산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완성하게 된 것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배터리 핵심 원료의 안정적인 수급을 뒷받침하게 될 예정이다.
○ 소재부터 완성차·폐배터리까지 ‘트로이카드라이브 얼라이언스’ 구축
고려아연 배터리 공급망은 자회사뿐 아니라 다른 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 배터리 공급망 분야에서 ‘트로이카드라이브 얼라이언스’를 형성한 모습이다. 고려아연은 한화와 LG화학, 현대차그룹, 트라피규라(Trafigura) 등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향후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등 다른 분야에 대한 전략적 파트너십도 예상되는 상황이다.LG화학은 지난 2017년 고려아연 자회사 켐코 설립에 참여했다. 2022년에는 고려아연과 합작법인으로 한국전구체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올해 공장 설립과 시운전을 마치고 내년부터 연간 2만 톤 규모 전구체 생산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현대차와 ▲IRA 충족 핵심 원재료 공급망 확보 ▲배터리 중간재 공급 ▲폐배터리 재활용 등 미래 사업 협력 등을 골자로 하는 사업제휴를 발표하기도 했다. 소재 생산 기업과 글로벌 완성차 업체가 이례적으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사례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고려아연은 자회사가 생산하는 배터리 소재를 글로벌 완성차 3위인 현대차그룹에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판매처를 확보했을 뿐 아니라 현대차그룹으로부터 자원 순환 사업에 필요한 스크랩과 폐배터리를 안정적으로 조달 받게 된다.
고려아연 자회사로 전해동박을 생산하는 케이잼(KZAM)은 올해 연말부터 매출 발생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동박 수요의 지속적인 성장에 주목해 약 7356억 원 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연간 1만3000톤 규모 동박 생산량을 6만 톤으로 늘릴 수 있도록 공장을 증설했다. 현재 배터리 업체와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동박 품질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 배터리용 동박 수요는 올해 25만5000톤에서 오는 2025년 75만 톤 이상으로 증대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시장 예측에 맞춘 발 빠른 대응으로 적시에 배터리 핵심 소재 대량 생산능력을 확보한 것이다.
특히 고려아연은 K-배터리 공급망 다변화와 함께 친환경 사업 전환도 병행하고 있다. 내외부적으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전문가소통포럼을 개최해 K-배터리 산업 현황과 미래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올해 6월에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023 아시안리더십컨퍼런스 강연에 직접 나서 급변하는 니켈 시장에 대한 방향 설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세계 1위 비철금속제련 노하우로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을 강화하고 한 수 앞을 읽는 친환경 공급망에 대한 전략적 접근으로 K-배터리 산업 생태계의 건전한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김민범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