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제네시스의 판매 호조를 앞세워 3분기(7∼9월)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을 냈다. 아직 4분기(10∼12월)가 남았음에도 1∼3분기 누적 영업이익만으로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을 넘기기도 했다.
현대자동차는 26일 경영실적 콘퍼런스콜(전화회의)을 열고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41조27억 원, 영업이익 3조8218억 원이라고 발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7%, 146.3% 늘어났다. 역대 3분기 중 이번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최대 실적이다.
아직 모든 기업의 실적이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올 1분기부터 이어가던 국내 상장사 중 영업이익 실적 1위 자리도 지켜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2분기(4조2379억 원)보다는 영업이익이 소폭 감소해 3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신기록 행진은 멈췄다.
특히 올해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1조6524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80.4% 늘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치인 9조8198억 원이었는데 올해는 3분기에 이를 넘어섰다. 4분기도 3조 원대 영업이익이 예상되기 때문에 올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10조 원대를 기록할 것이 유력하다. 증권사들은 15조 원대 연간 영업이익을 전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SUV와 제네시스 브랜드가 판매 호조를 보인 것이 주효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현대차 전체 판매량 중 50.6%였던 SUV의 비중이 올해는 54.7%로 커졌다. 같은 기간 제네시스의 판매 비중도 4.9%에서 5.1%로 늘었다. 올 3분기 SUV와 제네시스의 판매 점유율은 60%에 육박했다.
주요 권역별로 보면 북미 권역에서는 지난해 동기 대비 11.6% 늘어난 26만7000대가 팔렸다. 유럽에서도 15만1000대가 팔려 전년 동기 대비 4.4% 늘었다. 다만 중국 실적은 저조하다. 전년 동기 대비 33.2% 감소한 5만2000대를 파는 데 그쳐 중국에선 좀처럼 반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대차는 기존의 전기차 전략을 그대로 고수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전기차 판매량 상승세가 꺾이자 몇몇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는 것과는 다른 길을 걷겠다는 것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는 미시간주에 있는 전기 픽업트럭 공장의 개장을 2024년에서 1년 연기했고, 미국 포드는 연간 60만 대의 전기차 생산 목표를 당초 올해 말에서 내년 하반기로 미뤘다. 현대차의 경우에도 국내 전기차 판매량 비중이 3분기는 7.4%로 지난해 동기 대비 4.5%포인트 감소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서강현 현대차 기획재경본부장(부사장)은 “허들이 있어도 전기차 (시장은) 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생산 기일이나 개발을 늦추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며 “(공사 중인) 미국 전기차 공장의 2024년 하반기 전기차 양산 일정도 늦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