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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자동차부품 산업, 인공지능 엔진 달고 미래로 달린다

박재명 기자
입력 2023-11-01 03:00:00업데이트 2023-11-01 03:00:00
자동차부품 산업은 경남의 대표 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경남의 자동차부품 산업은 2019년 기준 기업체 수에서 전국 2위, 생산액에서 전국 4위를 차지했다. 자동차 산업이 국가 경제를 주도하는 핵심 산업으로 위상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경남의 자동차부품 산업은 오히려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어 구조 고도화가 신속히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역 기업들은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사업 다변화와 미래자동차 관련 산업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은 산업 육성을 위해 미래자동차 핵심 부품 개발과 새로운 시장 진출 등 고부가가치 산업구조 변환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 시점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의 ‘AI융합 지역특화산업 지원사업’이 경남 자동차부품 산업의 든든한 ‘동아줄’이 되고 있다. 경남의 자동차부품 산업계는 설계·검사·공정·에너지관리·공급망 지능화 및 예지보전이라는 6개 핵심 인공지능(AI) 융합 기술과 10개 솔루션을 개발해 생산성을 높였다. 또 AI 융합 기술 확보와 기술 경쟁력 향상을 통해 고부가 미래자동차 산업의 초석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약 2000개의 차량부품 기업이 내수 및 해외 수출로 6900억 원의 매출 향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경남 지역에서는 6개 AI 전문 기업이 6개 수요 기업과 협업해 AI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들은 경남테크노파크 내 241㎡ 공간의 실증 랩에서 자동차부품 산업 데이터의 학습·가공, AI 융합 모델 개발, AI 학습 및 솔루션 개발, 실증 작업을 거쳐 AI 솔루션의 현장 적용 및 생산성 향상도 평가 등을 통해 수요 기업들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했다. 올해 말까지 계속되는 이 사업은 지역 산업에 AI 기술을 접목시켜 제품과 서비스의 부가가치화 수준을 높이고, 관련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AI 공급 기업과 수요 기업 모두에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을 견인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설계시간 단축에 불량률 개선한 동서정보기술

동서정보기술(대표 정성근)은 자동차부품 제조 기업 코렌스(대표 하영대)로부터 자동차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인 EGR 쿨러와 오일 쿨러, EGR 파이프 등 EGR 쿨러 생산 조건 개선을 요청받았다. 요구사항은 두 가지로, 제품 설계시간 단축과 불량률 개선이었다.

코렌스의 EGR 쿨러 제품 설계 공정은 까다롭다. 고객사의 규격에 맞게 제공되는 방열 성능값과 조건을 토대로 3차원(3D) 디자인 및 전산유체역학(CFD) 해석 단계를 거치는데 이 단계에서 도출된 방열 성능값과 3D 디자인된 시제품을 제작해 시험단계 데이터값과 일치하는지 판단한 후 납품한다. 두 값이 일치하지 않으면 반복적으로 이 과정을 다시 작업해야 한다. 이때 제품당 1회 반복 시간이 72시간이 소요되고 5∼7회 정도 추가 작업도 필요해 무려 360∼504시간이 소요된다.

동서정보기술은 CFD 해석 단계에서 도출된 방열 성능값을 AI를 적용하여 최적의 값을 추천해 주는 AI 모델을 구축해 제품당 검증을 추가 작업 없이 1회로 줄여 소요되는 시간을 기존 360시간에서 짧게는 72시간으로 줄였다.

또 MPC EGR 쿨러 누설시험 성능 개선 작업도 시행했다. 기존에는 품질 담당자의 경험에만 의존해 육안으로 불량 판정을 해 왔다. 이 때문에 생산설비 기준 설정값과 불량 발생 원인 간의 상관관계 분석이 정확하게 되지 않아 동일한 품질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동서정보기술은 공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전산센터 서버로 실시간 연동해 수집 및 관리하기 시작했다. 이를 토대로 품질과 생산설비를 분석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 이를 적용한 결과 데이터에 의한 제품 품질 불량 판정으로 제품 품질이 균일해지고, 품질검사 담당자의 편차도 줄어들었다. 공정불량률이 기존 500ppm에서 100ppm으로 80% 감소했다. 이로 인한 재작업 비용 및 제품 폐기 비용도 연 1600만 원가량 절감될 것으로 보인다.

3개 AI 솔루션 개발한 빅아이


빅아이(대표 장병호)는 경남의 대표 도금기업인 미광금속(대표 박노상)과 협업해 ‘이중도금 방지 AI 솔루션’과 ‘AI 기반 에너지 관리 시스템’, ‘AI 기반 열처리 공정 설비 상태 진단 및 고장예측 관리 시스템’ 등 3개 솔루션을 개발해 생산 현장에 적용했다.

빅아이의 ‘비전 AI(Vision AI)를 활용한 전해도금공정 이중도금 방지 솔루션’은 이중도금으로 인해 매년 발생하던 수천만 원의 손실을 막는 기술이다. 제조 공정에서 바코드를 부착해 재투입을 방지하고 있지만 도금액 등 작업 환경의 영향을 받아 바코드의 인식률이 떨어져 활용도가 높지 않았다.

빅아이는 문제 발생 지점에 비전 AI 카메라를 설치해 작업자의 행동이나 제품 상태 이미지 등 실시간 이미지 데이터를 수집하도록 했다. 이 데이터를 AI가 학습·재학습해 예측 정보를 도출한다. 이 솔루션의 불량 개선율과 이중도금 판단예측 정확도를 검증한 결과 각각 95%와 90% 이상을 달성했다.

또 미광금속의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을 AI 기반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미광금속은 이미 각 설비의 전력데이터 및 공장 전체 수요전력 데이터를 수집하고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갖춘 곳이다. 하지만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할 전문 인력이 부족해 에너지 효율화를 실현하는 데 한계가 있고, 수집된 데이터의 활용성이 매우 떨어졌다.

빅아이는 생산담당자가 언제 어디서든 공장의 운영 상태와 에너지 소비를 모니터링할 수 있고 생산효율을 높일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실증 결과 생산성을 7%가량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AI 기반 열처리 공정 설비 상태 진단 및 고장예측 관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미광금속의 안전벨트 클립 생산공정은 원재료 입고부터 도금 작업, 열처리 작업까지 연속적으로 연결돼 있어 일부 설비 문제가 전체 생산 차질로 이어지는 리스크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공조팬, 히팅 시스템, 컨베이어 레일과 같이 열처리 작업이 주를 이루는 라인에서는 제품을 투입하고 나서 200도로 5시간 가열하는 데 따른 온도 조절 실패나 시간 초과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빅아이는 미광금속의 열처리 공정 라인의 공조 팬, 히팅 시스템, 열처리 공정 컨베이어 레일에 대해 설비 고장으로 인한 생산 중단 ‘제로(0)’를 실현했다. 1회 제품 불량 발생 시 발생하던 약 6만 개의 제품 불량이 개선됐고, 비용 손실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