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13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에서 “50년 전동화 시대를 향한 또 다른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가 13일 울산공장 내 전기자동차(EV) 신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2025년 준공되면 1996년 충남 아산공장 이후 29년 만에 설립된 현대차 국내 공장이 된다.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기공식에서 “울산 EV 전용 공장은 앞으로 50년 전동화 시대를 향한 또 다른 시작”이라고 했다. 정 회장은 “과거 최고의 차를 만들겠다는 (현대차의) 꿈이 오늘날 울산을 자동차 공업 도시로 만들었다”며 “현대차 EV 전용 공장을 시작으로 울산이 전동화 시대를 주도하는 혁신 모빌리티 도시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 모태 공장에 들어서는 29년 만의 신공장
행사에는 인공지능(AI)으로 복원된 고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회장이 육성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우리 차가 세계 휩쓰는 날이 온다.”이날 기공식에는 인공지능(AI)으로 복원된 고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회장의 모습이 깜짝 등장했다. 1968년 조립 공장으로 출발한 울산공장은 현대차의 모태다. 정 선대회장의 등장은 울산의 헤리티지(유산)를 이어받겠다는 현 경영진의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차가 반세기 역사와 자동차 산업의 국산화 산실로 불렸던 울산공장에 EV 공장을 신설키로 결정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EV 공장이 들어설 부지는 울산공장 내 옛 종합 주행시험장이다. 현대차가 해외 시장 진출을 도모하던 1980년대 이곳에서 쏘나타, 엑센트, 아반떼 등 대표적인 장수 모델들의 성능과 품질을 시험했다. 할아버지인 선대회장이 자동차 산업을 국내에 안착하고, 아버지 정몽구 명예회장이 글로벌 브랜드 도약을 이뤄낸 울산공장에서 정 회장은 향후 100년 기업으로의 도약에 나선 것이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현대차 울산공장은 생산 라인 기술자들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만들고, 도전하면서 발전해 왔다”며 “사람의 힘으로 원대한 꿈을 현실로 만들어 온 울산공장의 헤리티지를 이어받아 현대차는 사람을 위한 혁신 모빌리티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2030년, ‘200만 대 생산’ 위한 허브
2026년 1분기(1∼3월) 양산에 들어갈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 조감도. 울산=뉴스1
현대차 EV 신공장은 2026년 1분기(1∼3월) 양산에 들어간다는 목표다. 현대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초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 모델이 이 공장에서 처음 생산될 예정이다.현대차는 2030년 EV 글로벌 200만 대 판매를 목표로 세워두고 있다. 새로 들어설 EV 전용 공장은 전 세계에 걸친 현대차 생산기지의 ‘마더팩토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공장을 중심축으로 글로벌 생산 전략을 짜게 된다는 의미다.
약 2조 원이 투입되는 울산 EV 전용 공장은 국내 최대인 총면적 54만8000㎡에 연간 생산 20만 대 규모로 지어진다. 현대차는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실증 개발한 제조 혁신 플랫폼을 적용하고, 스마트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최첨단 공정 방식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정 회장은 기공식에서 “선대회장님이 생각한 그 정신, ‘하면 된다’와 근면성 등을 중심으로 우리가 함께 노력하겠다는 각오”라며 “또한 EV 전용 공장에 적용될 혁신 기술은 더욱 안전하고, 정확하고, 효율적인 작업장을 만들어 작업자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데 활용될 것”이라고 했다.
정 회장은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정체기에 들어갔어도 이에 연연치 않고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낼 것이란 의지도 밝혔다. 이번 투자에 대해 정 회장은 “기존에 해 왔던 투자이고 어차피 전기차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운용의 묘를 살려 (전기차 투자를) 해볼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