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미국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에서 차량을 팔고 싱가포르에선 로봇·인공지능(AI) 공장을 지으며 고정비 절감 전략을 찾아나서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위탁 생산 차량, 중고차 판매 정도의 변화만 있을 뿐이다. 치열해지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노사가 머리를 맞대 국내 맞춤형 혁신 사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현대차에 따르면 내년부터 미국에서는 아마존 웹사이트에서 온라인으로 현대차를 구매할 수 있다. 아마존에서 차량을 살 수 있게 한 자동차 회사는 현대차가 처음이다. 판매 사원 인건비와 매장 관리비 등 절감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2017년 영국을 시작으로 온라인 판매 서비스 ‘클릭 투 바이’를 세계 전역으로 확대 중이다. 영국 외에도 미국, 인도, 태국, 포르투갈 등으로 온라인 판매 가능 국가가 늘어났다.
현대차는 차량 생산 과정에서도 고정 비용을 낮추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지난달 싱가포르에 문을 연 싱가포르글로벌혁신센터(HMGICS)가 대표적이다. 기존 컨베이어벨트 방식의 조립 인력은 없애고 방처럼 생긴 셀(Cell) 공간에서 로봇과 AI 시스템이 기존 업무를 대체한다. 현대차는 HMGICS의 무인 자동화 시스템을 전 세계 현대차 공장에 점차 적용할 계획이다.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일부 사업군에만 고정비 절감 전략을 시행 중이다. 국내에는 온라인으로 차량을 살 수 있는 ‘클릭 투 바이’ 서비스도 없다. 현대차의 위탁생산업체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만든 ‘캐스퍼’ 차량만을 온라인에서 살 수 있다. 중고차로 범위를 넓히면 새롭게 출범한 현대차의 인증 중고차를 100% 온라인으로 살 수 있다.
현대차가 당장 국내에서 해외의 혁신을 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8년 현대차는 국내 TV홈쇼핑에서 차량 판매를 할 계획을 세웠으나 일자리 감소 등 노조 반발에 막혀 무산된 적이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가 해외에서부터 온라인 판매와 무인화 공장을 확대한 것은 국내에 적용하기 전 당위성을 확보하는 차원”이라며 “‘반값 전기차’ 등 전동화 시대에 인건 비용이 증가하면 기업은 결국 도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노사 갈등 우려에만 사로잡혀 국내의 온라인·무인화 논의를 미뤄둘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입을 모은다. 딜러를 단순 차량 판매자에서 발전시켜 상품 전문가로 양성하거나, 공장 근로자를 미래차 전문인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해법 도출을 위해 노사정이 터놓고 전향적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석범 전국금속노동조합 노동연구원 상임연구원은 ”정부 주도로 전기차 대전환에 대해 논의하던 노사정 협의 포럼이 이번 정부에서는 중단된 상태”라며 “노동자 역시 분배 투쟁 위주의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신기술로 새로운 이익을 도모하는 ‘포지티브 방식’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