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가동을 중단했던 러시아 공장(HMMR)을 1만 루블(약 14만5000원)에 매각한다. 가동 중단이 길어지면 러시아 정부에 의해 공장이 몰수될 수 있어 헐값에 처분하는 것이다.
현대차는 19일 임시이사회를 열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공장 지분 매각 건을 승인했다고 공시했다. 현대차는 현지 투자 전문회사인 아트파이낸스에 공장을 매각할 계획이다. 아트파이낸스는 5월 독일 폭스바겐의 칼루가 공장을 사들인 곳이기도 하다. 현재 세부 매각 조건을 놓고 현대차와 논의 중이다. 조만간 협상이 마무리되면 지난해 3월 현지 생산이 중단된 이후 1년 9개월 만에 공장이 팔리게 된다. 더불어 2020년 현대차가 인수한 제너럴모터스(GM)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도 함께 매각한다. 두 공장을 합친 매각 대금은 1만 루블이다. 공장에 대한 현재 주식 가치만 2873억 원에 이르지만 거의 공짜로 넘기게 됐다. 러시아 정부 측에 몰수될 가능성이 커진 데다 유지비도 계속 쌓이고 있던 터여서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6번째 해외 생산거점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2010년 준공됐다. 이를 앞세워 2021년 연간 판매량 기준 기아는 2위, 현대차는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현대차그룹을 비롯한 서방 세력 기업들은 현지 생산을 일제히 중단했다.
현대차는 다만 2년 내 공장을 되살 수 있는 ‘바이백’ 조항을 넣었다. 하지만 재매입 시엔 공장의 시장 가치를 지불해야 한다. 러시아 시장 재진출을 위해서는 수천억 원을 다시 투자해야 하는 셈이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