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가 연초부터 후진 기어로 달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수요 감소가 계속되는 데다, 보조금 지급까지 미뤄지며 시장 침체가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출고 대기 기간도 짧아져, 일부 모델은 신청 즉시 받을 수 있다. 1월은 전기차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 비수기이지만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평이다.
3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14만9939대로 전년 동기보다 3.8% 줄었다. 전기차 판매 증가율은 2021년 115.1%에 달했으나, 2022년 63.8%로 줄더니 지난해 역성장을 기록했다.
올해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전기차 국고 보조금이 지난해 대당 평균 500만원에서 올해 400만원으로 100만원가량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연초에는 지방자치단체 보조금도 정해지지 않아 보조금 규모가 더 감소할 조짐이다.
판매가 줄고, 재고가 쌓이면서 출고 대기 시간도 계속 짧아지고 있다. 현대차 납기표에 따르면 이날 배정요청 기준 현대차의 주요 전기차 모델 예상 출고 대기 시간은 2~3주에 불과했다. 중형 전기 스포츠실용차(SUV) 모델인 아이오닉5와 소형 SUV 코나EV는 각각 신청 후 2주 정도면 신차가 출고된다. 수소전기차 넥쏘는 신청과 동시에 출고할 수 있다.
아이오닉6의 예상 출고 시간은 1.5개월로 비교적 길다. 다만 이는 수요가 많아서라기보다 아산공장이 설비 공사 관계로 다음 달 중순까지 가동을 멈추기 때문이다. 생산이 재개되면 바로 출고가 가능한 상황이다.
현대차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전기차 모델인 일렉트리파이드 G80과 GV70의 예상 납기도 3주 정도다. 기아도 니로 EV, EV6 등 주력 전기차 모델 출고 대기 시간이 4주 안팎으로 파악된다. 대형 전기 SUV EV9은 2~3개월이지만 일부 사양은 재고가 남아 즉시 출고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보조금에 기대 성장하던 전기차 시장이 점점 가격 경쟁력과 품질 중심의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며 “충전 인프라가 꾸준히 확대되고 전기차 가격이 내려가면 다시 판매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기아가 보조금 포함 2000만원 초반대에 출시한 레이 EV는 현대차·기아 전기차 모델 가운데 유일하게 차량을 받기까지 반년 가량 기다려야 하는 차량이다. 레이 EV는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 경쟁력을 높이면서도, 200㎞ 이상의 주행 능력을 확보해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8월 첫 출시 이후 지금까지 계약 대수 기준 누적 1만대를 달성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