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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터·봉고 이후 택배차는 이런 모습”… 기아, 구체화한 PBV사업·콘셉트 발표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입력 2024-01-09 21:41:00업데이트 2024-01-09 21:52:05
기아가 미래 핵심사업으로 설정한 ‘PBV(목적기반모빌리티, Purpose Built Vehicle)’ 개념을 근본부터 뜯어고치고 보다 구체화된 PBV사업 방향성을 제시했다. 연결성에 초점을 맞춰 차별화된 서비스를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PBV사업 단계별 로드맵과 콘셉트도 공개했다.

기아는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CES 2024’ 미디어데이를 통해 PBV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지난 2019년 이후 5년 만에 CES에 참가한 것으로 바뀐 로고를 달고 CES에 부스를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디어데이는 ‘준비된 기아가 보여줄 모두를 위한 모빌리티(All Set for Every Inspiration)’를 주제로 진행됐다.
기아 PBV사업 전략 핵심은 전통적인 자동차 개념에서 탈피한 혁신적인 PBV 라인업, 소프트웨어 기반 첨단 기술, 파트너십 다각화를 통한 새로운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 등이다. 이를 기반으로 PBV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로 거듭난다는 복안이다. PBV사업은 기업 고객을 타깃으로 하는 B2B 성격 비즈니스로 이해할 수 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지난 2021년 ‘브랜드 리런치’ 이후 획기적인 전기차 라인업 구축과 고객 중심 모빌리티 미래 제시,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 전개 등 다양한 여정을 이어왔다”며 “새로운 도약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PBV를 설정하고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본격적인 전환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호성 기아 사장송호성 기아 사장
이날 기아는 PBV 의미에 대해서도 새롭게 정의했다. PBV 개념을 ‘차량 그 이상의 플랫폼(Platform Beyong Vehicle)’으로 설정했다. 유연한 맞춤 설계로 새로운 비즈니스와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고 혁신적인 공간 활용으로 효율적인 차량 내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소개했다. 새롭게 정의한 PBV사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과 비즈니스 환경에 최적화된 차량과 서비스로 다양한 고객과 지역사회 수요를 충족시킨다는 방침이다.

PBV 모델 콘셉트와 단계별 로드맵도 발표했다. 중형을 시작으로 대형과 소형까지 PBV 라인업을 구축하고 모든 모델은 맞춤 차량으로 제작된다. 오는 2025년 첫 모델로 중형 PBV인 PV5를 출시하고 PBV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차량 호출과 배달, 유틸리티 등 사용 목적에 따라 다양한 라이프 모듈을 교체할 수 있는 컨버전 기능을 탑재하고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만들어져 외부 데이터 연결성을 강화한다. 이를 통해 고객사가 여러 대 PBV를 동시에 운영하거나 관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대형과 소형 PBV 모델을 선보인 이후에는 대형 물류업체나 모빌리티 기업, 개인 사용자로 PBV사업 영역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단계에서는 자율주행기술이 본격적으로 적용되고 인공지능 기반 차량 관제 및 관리 지원 등 데이터 연결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기아는 보고 있다. 3종으로 구성된 기본적인 PBV 라인업을 완성한 이후에는 개인 기호와 목적에 따라 맞춤 제작하는 ‘비스포크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사업을 발전시킨다는 목표다. 또한 자율주행과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로보틱스, 현대차그룹 SDV 전략 등과 연계한 PBV 생태계 조성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Platform Beyond Vehicle’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송호성 사장은 “PBV는 머지않아 모빌리티 세계를 변화시키고 많은 소비자는 PBV가 모빌리티의 표준이 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기아는 일하고 이동하는 방식은 물론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모든 영감을 받아들이고 실행시킬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기아에 따르면 PBV 모델은 단순하면서 직관적인 디자인을 갖출 예정이다. 스케이트보드 기반 PBV 전용 전기차 플랫폼 위에 수요에 따라 다양한 모듈(어퍼바디)이 체결돼 제작되는 방식을 채택했다. 모든 기능은 쉽고 직관적으로 사용 가능하도록 만들어진다고 한다. 중형 모델인 PV5는 넓고 평평한 실내 공간이 특징이로 책상처럼 평면 공간을 구현하는 운전석 콕핏과 위로 꺾어서 책상 램프로 활용할 수 있는 스티어링 휠 등이 도입된다고 기아 측은 설명했다. 운전자에게 사무실 경험을 제공하는 개념이라고 전했다. 기본형인 베이직과 딜리버리 밴, 딜리버리 하이루프, 섀시캡 등 다양한 버전으로 출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기아는 이번 CES에서 PV5 콘셉트 외에 PV7과 PV1 콘셉트 실물도 선보였다. PV7은 PBV 모델 중 가장 크고 넓은 공간을 제공하는 차량이라고 소개했다. PV1은 단거리 물류 운송에 최적화된 모델로 직각 운행이나 사선 주행, 제자리 회전, 피봇 턴 등 자유로운 움직임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진다.
카림 하비브 기아 부사장은 “기아가 선사할 PBV 경험은 차량의 물리적 경계를 넘어 고객 삶과 필요에 맞춰 확장될 것”이라며 “기아 PBV는 고객 일상을 보다 효율적이고 즐겁게 만들어주는 최고의 비즈니스 및 라이프스타일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PBV 모델에 적용되는 주요 혁신 기술로는 이지스왑과 다이내믹 하이브리드 등을 꼽았다. 이지스왑은 소비자 스타일에 맞게 라이프 모듈을 교체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소개했다. 전통적인 볼트 체결 방식 대신 마그네틱 체결과 기계적 체결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유닛을 통해 신차를 구입하지 않아도 원하는 형태로 차체에 변화를 줄 수 있도록 한 개념이다. 다이내믹 하이브리드 기술은 PBV 모델의 다품종 소량생산 생산체계를 이끌 기술이라고 한다. 고객의 요구에 맞춰 차체 크기나 높이 등을 기호에 맞게 조정할 수 있게 하는 개념이라는 설명이다.
차량 제작은 상품기획과 개발 단계부터 고객 의견이 반영되는 ‘고객참여형 차량 개발 프로세스’를 도입한다. PBV 전용 비즈니스 시스템을 구축하고 다양한 요구를 충족하는 차량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실제 생산은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서 이뤄진다. 연간 15만대 수준 생산능력을 갖춘 PBV 전기차 전용공장 ‘이보플랜트(EVO Plant)’를 구축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 기술과 로봇이 적용되고 컨베이어 시스템과 셀 생산방식이 접목된 스마트팩토리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피에르 마르탱 보 기아 PBV비즈니스사업부 상무는 “기아 PBV 소프트웨어는 이동 편의성을 증가시키면서 고객 비즈니스 차별화를 도모한다”며 “기아 PBV는 소프트웨어와 다양한 비즈니스 경험을 축적하면서 차량간 연결성을 강화하고 나아가 사회 인프라를 통합시킬 플랫폼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PBV사업 활성화를 위한 파트너십도 강화한다. 주요 파트너 기업으로는 우버와 쿠팡, CJ대한통운, 카카오모빌리티 등을 언급했다.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