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볼보, 안전엔 타협없어… 현지화에도 힘쓸것”

한재희 기자
입력 2024-01-30 03:00:00업데이트 2024-01-30 03:00:00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가 2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무실에서 진행한 본보와의 인터뷰 도중 회사를 대표하는 전기차인 ‘C40 리차지’의 모형을 들어 보였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가 2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무실에서 진행한 본보와의 인터뷰 도중 회사를 대표하는 전기차인 ‘C40 리차지’의 모형을 들어 보였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지난해 수입차 업계는 4년 만에 역성장을 했는데 볼보자동차코리아는 미소를 지은 몇 안 되는 회사다. 전년 대비 17.9% 늘어난 연간 1만7018대를 판매해 1998년 한국 법인이 생긴 이후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독일 3사’(BMW·메르세데스벤츠·아우디)에 이어 사상 첫 수입차 4위.

10년간 최고경영자(CEO)로 회사를 이끈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58)는 회사 실적이 좋아서인지 29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무실에서 진행한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만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실적 이야길 묻자 이 대표는 “아시아태평양(중국 제외)에서 지난해 한국이 판매 1등”이라며 “원래 볼보가 굉장히 강세였던 일본도 처음으로 제쳤다”고 말했다. 비결이 뭐냐고 묻자 의외로 간단했다. 그는 “수입차 중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가격을 굉장히 합리적으로 정한 다음 추가 할인 없이 판매하고 있다”며 “할인을 하면 차를 싸게 사고서도 ‘더 싸게 살 수도 있지 않았나’며 찜찜해할 수 있다”고 했다. 볼보는 ‘찜찜한 차’가 아니라는 신뢰가 쌓여 지금의 성적이 나왔다는 것이다.

‘안전의 볼보’라는 이미지 덕이 있지 않냐고 묻자 내향형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던 이 대표의 입에서 격한 표현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는 “볼보는 진짜 안전에 관해서는 특별한 집착이 있다”며 “그러니까 좋은 말로 하면 타협이 없고, 편한 말로 하면 약간 ‘또라이 정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볼보 본사가 있는 스웨덴에서는 별로 큰 사고가 아닌데도 견인차보다 볼보 교통사고 조사팀이 먼저 온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며 “사고로 승객이 어떤 식의 충격을 입었는지 몇십 년 동안 데이터를 계속 축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2014년 볼보자동차코리아 수장으로 취임해 올해까지 10년 동안 한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수입차 회사들은 본사에서 파견된 외국인 대표가 몇 년 일하다 떠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대표는 특이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원동력과 관련해 이 대표는 “벌써 20년 동안 매일 오전 5시쯤에 일어나 피트니스클럽에서 1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있다”며 “CEO라는 직업 특성상 늘 크고 작은 결정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건강한 몸과 마음은 기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0년을 돌이켜 보면 2019년에 처음으로 연간 1만 대를 판매했을 때 제일 뿌듯했다”며 “1만 대 정도는 해야 서비스센터도 갖추고 광고도 하는 등 최소한의 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볼보는 안전뿐 아니라 한국 상황에 맞는 현지화에도 힘을 쓰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내비게이션 서비스 업체인 티맵모빌리티와 손잡고 2021년 300억 원을 투입해 티맵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개발한 것이다. 또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3000억 원을 투입해 현재 서비스센터 및 전시장을 30여 개씩 운영 중인데 올해는 이를 각각 40여 개로 늘릴 예정이다. 이 대표는 “볼보가 독자적인 내비게이션을 갖춘 것은 중국 시장 이외에 한국뿐”이라며 “서비스센터와 전시장을 늘리는 데에는 올해만 1000억 원을 추가 투입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에게 볼보자동차코리아 수장으로서 이루고 싶은 바가 뭐냐고 묻자 대범한 목표가 튀어나왔다. 이 대표가 취임한 2014년 판매량이 약 3000대였는데 10배로 늘리는 것이다. 지난해 판매량의 두 배 가까운 수치다. 이 대표는 “대표로 있는 동안 연간 3만 대 정도를 팔고 싶다”며 “국내 수입차 연간 판매가 25만∼30만 대 정도 되는데 약 10%를 차지하는 회사가 되면 브랜드가 좀 더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