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첫 전기차 전용 공장인 ‘기아 오토랜드 광명’ 2공장(광명 이보 플랜트·EVO Plant)에서 전기차 시범 생산이 시작됐다. 기존에는 내연기관차를 만드는 공장에서 전기차를 함께 생산해 왔는데 이제는 전용 공장이 생긴 것이다.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 신호탄인 셈이다.
21일 기아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달 말부터 전기차 전용 공장인 ‘광명 이보 플랜트’에서 시범 생산에 돌입했다. 올해 상반기(1∼6월) 중에 국내 출시를 앞둔 기아의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EV3가 시범 생산 대상이다. 기아는 시범 생산을 통해 공장 설비를 상세 점검한 뒤 6월부터 정식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광명 이보 플랜트’는 현대차그룹의 첫 전기차 전용 공장이다. 본래는 수출용 내연기관 모델인 ‘스토닉’이나 ‘리오’를 생산하던 광명 2공장을 지난해 6월 1일부터 12월 말까지 약 7개월간 개조했다. 이곳에서는 올해 EV3가 양산되고 내년부터는 준중형 전기 세단인 EV4가 생산될 예정이다. 연간 생산 규모는 15만 대다. 지난해 기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한 전기차가 18만2000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이보 플랜트’는 기아 전동화 전략의 핵심 생산기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올해 1월 이보 플랜트에서 열린 신년회에서 “이곳에서 출발해 울산과 미국, 글로벌로 이어지게 될 전동화의 혁신이 진심으로 기대된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송호성 기아 사장도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의 혁신 기술 공법을 (이곳에) 최대한 적용할 계획”이라며 “연간 15만 대씩 생산해 전동화 대중화를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보 플랜트를 시작으로 전기차 전용 공장을 크게 늘려 나갈 예정이다. 우선 올해 10월쯤부터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공장인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서 전기차 생산이 시작된다. 화성에 건설 중인 기아의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전용 전기차 공장에서는 내년부터 중형 전기차인 ‘PV5’를 양산한다. 지난해 11월 착공한 현대차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에서도 2026년부터 양산이 시작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지금은 글로벌 전기차 수요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우상향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이 내연기관 시대에는 후발주자로서 ‘패스트팔로어(빠른 추격자)’ 입장이었는데 전기차 시대에는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기존 계획을 수정하지 않고 뚝심 있게 전기차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