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판매 글로벌 1위 업체인 테슬라가 올해 1분기(1∼3월)에 시장 예상치를 한참 밑도는 판매 실적을 내면서 테슬라 주가가 4% 이상 급락했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가 겹친 대외 악조건 속에 지난해부터 세계 전기차 시장에 불어닥친 ‘캐즘’(일시적 수요 부진)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차 브랜드들은 하이브리드 차량을 앞세워 역대급 실적을 갈아치우며 희비가 엇갈렸다.
● 테슬라 판매 실적 전망치 밑돌아
테슬라는 2일(현지 시간)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1분기 차량 판매량이 전년 동기(42만2875대) 대비 8.5% 떨어진 38만6810대에 그쳤다고 밝혔다. 글로벌 금융정보 제공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인 45만7000대보다 7만 대 이상 밑돌았다. 분기 실적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떨어진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공급망이 붕괴됐던 2022년 2분기(4∼6월)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저조한 판매 실적에 대해 테슬라는 홍해 물류대란과 독일 공장 생산 중단을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전기차 리더십이 약화하는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전기차 수요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판매 가격 인하에 나섰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에서다.
도이체방크의 애널리스트인 에마누엘 로스너는 이날 투자자 메모에서 “예상보다 부진한 차량 인도 실적은 소비자 수요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들게 한다”며 “올해 테슬라가 완만한 성장을 달성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평했다.
● 하이브리드 진영, 도요타 고공행진
반면 하이브리드차 강자로 꼽히는 일본차 브랜드는 고공행진 중이다. 도요타는 올 1분기 미국에서 지난해 동기(46만9558대) 대비 20.3% 증가한 56만5098대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혼다도 33만3824대로 지난해 동기(28만4507대) 대비 17.3% 늘어난 판매량을 기록했다.
특히 이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요타는 2023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1년간 시가총액이 31조1900억 엔(약 277조 원) 늘어 일본 기업 중 1위를 차지했다. 도요타는 지난달 일본 기업 사상 첫 시총 60조 엔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 같은 도요타의 강세는 하이브리드가 대세로 굳어진 현재 분위기를 고려하면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 1분기 미국에서 전년 대비 0.8% 감소한 37만9202대를 판매하며 평년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에서도 캐즘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결국 현대차는 동남아와 유럽에서 전기차 판매를 늘려 극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순수 전기차 판매 글로벌 2위인 중국 비야디(BYD)가 태국, 인도네시아, 헝가리 등지에 신규 생산 시설 건설 계획을 내놔 향후 현대차와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향후 3, 4년간 전기차 자체가 판매가 주춤할 것이기때문에 테슬라도 성장세 둔화를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며 “동남아, 인도, 유럽 등에서 전기차 판매량을 늘려 ‘전기차의 고난’을 견디는 기업이 결국 향후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