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의 한 호텔에서 람보르기니 슈테판 빙켈만 회장이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빙켈만
회장은 전동화 시대를 맞아 “최초보다 최고의 차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베이징=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오전 중국 베이징의 한 호텔. 큰 키에 말끔한 슈트를 차려입은 이탈리아 럭셔리카 브랜드 람보르기니의 슈테판 빙켈만 회장이 기자에게 인사를 건넸다. 람보르기니 차량의 화려한 색상처럼 양쪽 손목에는 알록달록한 팔찌가 눈에 들어왔다.정치학을 전공한 그는 1994년 자동차 산업에 뛰어든 뒤 2005∼2016년 12년간 람보르기니 회장을 맡았다. 2016년 아우디스포츠로 자리를 옮겼다가 2020년 다시 돌아온 람보르기니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 “우루스SE에 삼성SDI 배터리 탑재”
이날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빙켈만 회장은 람보르기니 최초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우루스SE’에 삼성SDI 배터리가 들어가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전날 빙켈만 회장은 베이징에서 우루스SE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는 행사를 가졌다.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한 이유에 대해 “람보르기니는 배터리 파워, 운행 가능 거리, 공급량, 비용, 타이밍 등 모든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파트너를 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타이어와도 레이싱에서 협업하는 등 (국내 기업들과) 새로운 기회들을 찾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달 3∼5일 람보르기니가 주관한 레이싱 대회에서 람보르기니의 모든 차량에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의 고성능 타이어 ‘벤투스’가 장착됐다. 국내 배터리와 타이어가 럭셔리 슈퍼카에 탑재됨으로써 국내 기업들의 뛰어난 성능이 인정받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람보르기니는 2028년 첫 순수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선언했다. 전동화 전략이 늦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빙켈만 회장은 그의 오래된 철학인 ‘최초보다 최고(Not first, but best)’를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데 무리해 전기차를 출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목표를 겨낭하는 단 하나의 총알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루스SE 하이브리드를 현 시점에 출시한 것도 하이브리드 시장이 이제는 무르익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 지난해 한국 판매 대수, 이탈리아 본국보다 많아
현재 람보르기니 국내 판매량의 약 80%는 SUV인 우루스가 차지하고 있다. 기자가 ‘우루스 퍼포만테’를 직접 시승해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스포츠카는 불편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뒷좌석이 넓고 트렁크 적재 공간이 커 패밀리카로 적합해 보였다. 차체가 높아 서울 도심에서도 편안하게 주행할 수 있었다. 편의성과 안락함을 중시하는 국내 소비자에게 적합해 보였다. 빙켈만 회장은 “6월 분당에 새로운 쇼룸을 열고, 7월 우루스SE 한국 론칭 행사를 가질 계획”이라며 “기회가 된다면 한국을 직접 찾아가려 한다”고 밝혔다.
람보르기니는 인터뷰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 ‘2024 오토 차이나(베이징모토쇼)’에서도 우루스SE를 대중에 공개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 전기차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빙켈만 회장은 “중국 시장은 단순하게 가장 큰 시장이라서가 아니라 기술 혁신이 가장 빠르다는 점에서 중요해졌다”며 “기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당장 내연기관을 버리고 전기차에 모든 돈을 쓸 수 없기 때문에 중국 전기차가 빠른 속도로 따라잡을 수 있다”고 했다.
베이징모터쇼에서는 럭셔리 슈퍼카를 표방하는 중국 가전업체 샤오미의 SU7 전기차,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 1위 비야디(BYD)의 양왕 U9 등이 주목을 받았다. 그렇다면 고급화를 노리는 중국 전기차가 람보르기니에도 위협이 될까. 빙켈만 회장은 “람보르기니에는 그들에게 없는 ‘역사’가 있다”며 “고급화를 한다고 해도 자기만의 고유성이 없다면 위협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베이징=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